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올해 들어 지난달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로 오르자 엔화 예금을 늘렸던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1조2111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말 1조2929억엔 대비 818억엔 줄어든 수치다.
5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5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말 5978억엔까지 줄었다가 엔화 가치 하락에 따라 같은 해 9월에는 1조엔을 넘어섰다. 올해도 증가세를 보이던 엔화 예금 잔액은 7월 들어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급등하면서 기존 엔화 예금 보유자들의 수익 실현 거래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지난 2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29.22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8일(934.84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가치 상승에 따라 엔화를 원화로 바꾸는 환전 규모도 증가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엔화 매수(엔화→원화) 건수는 7만2289건, 매수액은 약 128억엔으로 나타났다.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 3월 이후, 매수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서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같이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우려는 과도하다”며 “다만 미-일 간 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낮음을 감안하면 엔화 강세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