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고금리 장기화와 지역 경기침체로 지방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함께 높아져 건전성 지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지방은행은 수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하고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전북·광주 등 지방은행 4곳의 올해 2분기 평균 연체율은 0.67%로 전년 동기(0.62%)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분기 평균 연체율(0.2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북은행이 0.95%로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은행 0.67% ▲광주은행 0.63% ▲경남은행 0.45% 순이었다.

연체율 증가와 더불어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NPL이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회수가 불확실한 부실채권이 많다는 의미다. 지방은행 4곳의 2분기 평균 NPL은 0.61%로 전년 동기(0.50%) 대비 0.1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부산은행의 경우 0.74%로 전년 동기(0.32%) 대비 0.42%포인트 급등한 수치를 보였다.

지방은행 연체율이 증가한 데는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4곳의 2분기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56%로 전년 동기(0.45%)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광주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0.64%에서 0.46%로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부산은행 0.36%→0.74% ▲경남은행 0.27%→0.44% ▲전북은행 0.55%→0.60% 등으로 뛰었다.

(왼쪽부터)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전경. /각 사 제공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데는 지역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제때 이자를 못 내는 지역 거점 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의 영업지인 비수도권의 경우 대기업이 없고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데, 지난해부터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 경기가 악화됐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지방은행 가계대출 역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은행 4곳의 2분기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 평균은 0.86%로 전년 동기(0.85%) 대비 소폭 상승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가 지난해 말보다 0.55% 오른 반면 비수도권은 0.98% 떨어졌다.

지방은행들은 수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거나(상각)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으로 넘기고(매각) 있다. 지방은행 4곳이 6월까지 상·매각한 부실채권은 4751억원으로 전년 동기(1999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부실대비를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다. 은행들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대출자산에 대해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차등 적립한다. 지방은행 4곳의 2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1712억원) 대비 16.0% 증가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와 지역 경기침체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와 관련해 충당금을 늘려 왔으며 앞으로도 적립을 늘려 중소기업 연체율 관리를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