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기초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모임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자율배상 협의에 들어간 지 4개월 만에 9만건이 넘는 배상 동의가 이뤄졌다. 홍콩 ELS 투자로 피해를 본 10명 가운데 7명 가까이가 배상에 합의한 것이다. 홍콩 ELS 관련 배상을 조속히 시행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이 빠르게 배상을 마친 결과로 풀이된다.

1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홍콩 ELS 자율배상 진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에 9만2794건의 합의가 이뤄졌다. 5개 은행에서 배상비율 등 자율배상 안내가 이뤄진 대상은 총 13만9974건이다. 이에 따라 배상 동의율은 66.29%를 기록했다.

자율배상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에서는 배상 안내가 완료된 7만8981건 중 배상 동의가 5만5565건이었다. 동의율은 70.4%다. 이어 NH농협은행이 2만5665건 가운데 1만8505건의 동의가 이뤄지면서 72.1%의 배상 동의율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2만3810건 중 1만493건의 배상 합의 절차가 완료됐다. 단, 배상을 해야 하는 계좌 자체가 많아 배상 동의율은 44.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12일과 19일에 손실 확정된 계좌가 8206건이 늘어 일시적으로 배상 동의율이 낮아졌다”라며 “지난 19일 이후 신속하게 배상 절차를 진행해 7월 말 기준으로는 2만3810건 중 1만7778건의 배상 동의가 완료돼 전체 74.7% 동의율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전체 6525건에서 5081건의 동의가 진행됐다. 동의율은 77.9%로 배상을 진행하고 있는 은행 중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은 4993건 가운데 3150건의 배상 동의를 얻었다. 배상 동의율은 63.1%이다.

그래픽=손민균

홍콩 ELS 사태에 대한 배상 동의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이뤄지면서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조만간 투자 손실 발생과 배상의 속도가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시스템을 구축해 배상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손실을 본 계좌는 배상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라고 했다. 홍콩H지수는 지난 5월 6986까지 상승한 뒤 계속 6000선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투자자의 손실 폭이 상반기 대비 줄어들 수 있어 손실이 나더라도 은행이 제시한 배상에 동의할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 당국과 은행의 기대대로 배상이 속도감 있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홍콩 ELS 투자로 인한 손실의 절반도 채 배상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투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상품이 판매된 경우는 배상을 받지 못하거나 배상 비율이 낮게 책정됐다. 하지만 명백한 불완전판매 정황이 있더라도 배상비율이 충분하게 산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상 동의 고객 중 5%가량만 손실액의 절반 이상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배상비율인 20%도 받지 못한 경우도 1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기투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 정상적으로 판매가 된 건에 대해서는 당연히 손실 보상이 없거나 적어도 투자자들이 동의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하지만 불완전판매 요인이 있는 투자자들 중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보는 이들은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라고 했다.

국회에서도 홍콩 ELS 배상 미동의 건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민병덕 의원은 “배상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의 입장과 가입 당시의 상황을 면밀히 고려할 것”이라며 은행 측과 지속적으로 관련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