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티몬·위메프에 미상환·미정산 잔액에 대해 보호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대금 등에 대한 티몬·위메프의 미상환·미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금감원이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금감원과의 경영개선협약에도 티몬·위메프는 미상환·미정산 잔액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기업회생까지 신청하게 됐다. 금감원은 협약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하지만, 미리 티몬·위메프의 미상환·미정산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30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개선협약서’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12월 29일 티몬·위메프와 경영지도비율 개선을 위한 경영개선협약을 맺었다. 2022년 6월 17일 체결한 1차 경영개선협약에 따른 계획이 종료되자 2차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금감원은 2차 협약에서 티몬·위메프에 “미상환·미정산 잔액에 대해 신탁, 보증보험 등을 통해 보호조치를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사업자의 노력의무를 추가했다. 첫 번째 협약 체결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금감원과 1차 경영개선협약을 맺을 때 위메프는 KB국민은행과 33억원 규모의 예금을 판매자 선정산를 위한 지급보증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당시에는 이러한 내용에 대한 조치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 진행된 위메프·티몬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관리가 필요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미상환·미정산 금액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제하지 못했다. 경영개선협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추가 유입자금에 대해 별도 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분기별로 티몬·위메프의 경영개선협약 이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이 회사들의 경영 상황의 악화를 파악했는데도 미상환·미정산 금액에 대한 보호조치를 유도하지 못했고, 이러한 소극적인 대처가 판매자·소비자의 대규모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티몬·위메프에서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보호 조치가 부족해 그 피해는 오롯이 판매자에게 돌아갔다. 손실을 본 판매자가 상품·서비스 제공을 멈추며 소비자들까지 손실이 전이됐다.

이 원장은 “경영개선협약의 이행이 안 됐으면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라는 의원들의 비판에 “송구스럽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