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환불 현장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금융 당국이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자 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티몬·위메프는 지분 매각 또는 담보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 당국에는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을 돌연 맞닥뜨린 금융 당국은 추가적인 입점업체·소비자 피해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금융권의 영향은 카드사와 지급결제대행(PG)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선정산대출 등이 있지만,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셀러(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인 만큼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회사로부터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 당국 관계자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작업)이 아닌 법원에 신청하는 기업회생이어서 미리 알지 못했다”고 했다.

티몬·위메프는 모회사 큐텐의 지분 매각 및 담보 제공을 통해 700억원가량을 마련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말 뿐인 상황”이라며 티몬·위메프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을 가졌다. 금융 당국의 우려대로 티몬·위메프는 자금조달이 순탄치 않자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전날 기업회생을 신청한 두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인한 현금 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의 악순환을 방지하면서 회생 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셀러(판매자)·구매자 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자 회생 개시 신청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현장 검사에 나선 30일 오전 금감원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큐텐테크놀로지가 입주한 빌딩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은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에 입점업체·소비자의 추가 피해가 있을지 확인에 나섰다.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가 이미 현실화된 터라 입점업체·소비자의 추가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생신청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판매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한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티몬·위메프 관련 정책·민간금융과 실무진 회의를 통해 기존에 발표했던 유동성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은 금융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파악에서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티몬·위메프를 대신해 거래 취소 및 환불을 진행한 PG사와 카드사, 간편결제업체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PG사의 경우 카드사와의 계약에 따라 거래 취소에 따른 손실을 떠안게 돼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PG사는 카드사와 계약에 따라 물품판매·용역 제공자의 카드 거래를 대행하면서 판매사로부터 수수료 등을 수취하는 업체다. 일부 PG사의 경우 수백억원의 손실을 자체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PG사 등은 구상권 청구를 통한 대금 회수를 진행할 수 있지만,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이 개시될 경우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경우 직접적인 티몬·위메프발(發)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티몬·위메프와 지급보증 계약을 맺고 있지만, 그 한도가 각각 10억원, 30억원에 불과하다. SC제일·KB국민·신한은행의 경우 선정산대출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정산대출은 판매자가 대출을 상환하는 상품이어서 직접적인 리스크는 없지만, 판매자가 경영악화로 인해 상환이 어려울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단, 선정산대출이 모두 부실이 난다고 하더라도 1000억원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선정산대출과 유사한 기업구매 카드 약정을 150억원 규모로 티몬과 체결했다. 구매카드 약정 역시 선정산 대출과 유사한 구조여서 이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영향은 크지 않고, 있더라도 은행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