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금융권으로부터 인수한 부실채권 규모가 1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부실채권 매입액(2260억원)의 7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이다. 고금리·경기침체 여파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돈 빌린 사람)가 급증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까지 겹치자, 캠코에 ‘SOS’를 친 금융사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금융사 입장에선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그만큼 연체율을 낮출 수 있다.
26일 캠코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캠코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으로부터 인수한 부실채권은 총 1조6111억원 규모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으로부터 각각 1조4767억원, 1344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캠코는 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한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을 1조원가량 매입했으며, 올해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다시 7%대까지 치솟자 추가로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캠코는 또 PF 부실 여파로 연체율이 두 자릿수까지 오른 저축은행의 부실채권도 매입하고 있다. 캠코는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담보물이 있는 채권은 공매를 통해, 무담보 채권은 차주와의 채무조정 약정을 통해 최대 10년에 걸쳐 원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매년 캠코가 떠안고 있는 2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캠코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상호금융 부실채권 인수 규모는 2019년 291억원에서 2020년 657억원, 2021년 875억원, 2022년 3258억원, 2023년 6221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캠코가 인수하는 부실채권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책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 공공기관으로부터 인수하는 부실채권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캠코가 서민금융진흥원·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은 2조원에 육박한다. 캠코가 추정한 올해 총 부실채권 매입액은 3조761억원인데, 실제 인수 규모는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2금융권에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하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민간 부실채권 투자사의 경우 2금융권의 무담보 채권 취급을 꺼리는 만큼 캠코가 소화해야 할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캠코의 재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캠코가 정부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캠코는 올해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2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재무 위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재무 위험 기관이 되면 자산 매각, 사업 조정, 경영 효율화 등의 재정 건전화 작업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