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캐피털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이 1년 새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연체 규모도 커진 데다 대출의 질적 구성도 좋지 않아 캐피털업계 부동산 PF 사업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 현황 점검에 나섰고 캐피털사들은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돌입했다.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5조4000억원이다. 연체율은 5.27%, 연체액은 1조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신전문금융사 중 주로 캐피털사들이 부동산 PF 대출 사업에 뛰어든 점을 고려하면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연체 규모가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은행권과 보험업계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으나 연체액만 놓고 보면 증권업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해 3월 말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과 연체액은 각각 0.47%, 900억원이었다. 1년 새 연체율은 4.80%포인트, 연체액은 1조2500억원 늘었다.

아울러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에 대한 질적 구성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른 2금융권의 대출과 비교해 중·후순위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캐피털업계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중 중·후순위 비율은 30% 수준이다. 캐피털업계와 함께 부동산 PF 잠재 위기 진원지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업계의 중·후순위 비율은 11%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부동산 PF 사업의 경우 선순위 출자자의 자금 회수가 모두 이뤄진 후에야 중·후순위 출자자도 돈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PF 중·후순위 비율이 높을수록 대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크며 대출의 질이 낮음을 뜻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캐피털 부동산 PF 수익성이 계속 떨어질 것을 전망하면서 시나리오에 따라 2조4000억원에서 5조원가량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예상 손실 규모에 비해 캐피털업계가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부족한 편이다. 캐피털업계가 지난해 말 기준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손실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9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

금융 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동산 PF 사업 규모가 큰 캐피털사 4곳(신한·OK·KB·한국투자)을 현장 점검하며 강화된 사업성 재평가 실시 현황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사업성 재평가에서 유의(3등급) 또는 부실우려(4등급)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또한 각 사에 2분기 실적 발표 전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금융 당국의 지시에 캐피털사들도 부랴부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시행했다. 다만 캐피털업계 내에서는 중·소형 캐피털사의 경우, 대손충당금을 더는 못 쌓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대형 캐피털사들은 금융 당국의 지시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더 쌓고 있다”며 “하지만 업황이 좋지 않아 중·소형 캐피털사들은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대손충당금을 준비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