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애를 먹고 있다. 미정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당국에서는 티몬·위메프의 유동성 계획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는 일반 금융사들과 달리 자금순환계획을 마련할 의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가 정산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결제 취소까지 막으며 대규모 환불 불가 대란이 일어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곧바로 티몬·위메프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며 정확한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피해 규모가 파악됐냐”라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해 “현장 점검 인력을 내보내서 지금 점검 중이고 오늘도 검사 인력 6명 정도를 파견한 상태라서 어느 정도 숫자는 파악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아직 검사 과정이어서 티몬·위메프에서 발행한 상품권 및 선불충전금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위메프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당장 자금순환계획을 당국에 전달하지 못한 것은 전금업자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자금순환계획을 미리 준비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금융사들은 관련 법상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자금을 순환할지 계획을 세운다. 금융 당국 관계자 “전금업자는 금융업만 하는 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T)이나 유통업에 기반을 둔 경우가 흔하고 그 수도 많다”며 “자금순환계획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티몬·위메프의 소비자 피해를 위한 대책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발행한 상품권, 선불충전금 등에 대한 환불이 지연되면 2021년 대규모 환불 대란이 벌어졌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불충전금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 전금업법 개정안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터라 티몬·위메프가 선불충전금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선불업자들은 포인트나 캐시, 문화상품권 등 선불충전금 잔액에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선불충전금 발행잔액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발행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면 충전금 잔액 100%를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금융 당국에서는 법 개정안 시행 전부터 선불충전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소비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선불충전금 환불 불가 우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이 원장은 티몬·위메프의 선불충전금에 대한 관리에 대해서는 “전금법 개정안 시행 전이지만, 감독 당국이 이전부터 지도 형태로 관리하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피해가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이 일어나는 것처럼 티몬·위메프 건 역시 소비자 우려가 커져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차관급 회의를 진행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