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주저하고 있다. 금융위는 그동안 법률상 근거 부재를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실제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금융 시장과 실물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업계는 금융위의 이러한 예측이 기우(杞憂)라며 반박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허용 시 국가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의 부정적 영향으로 ▲금융 시장 안정성 저해 ▲실물경제 생산성 저해 ▲투자자 피해 등이 꼽혔다.

◇ “금융 시장 불안정” 비트코인 현물 ETF 부작용 우려

금융위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에 참여하거나 투자한 금융사에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어 패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금융위는 실물경제 생산성 저해도 언급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면 증권사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주식‧회사채 등에 예치됐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쉽게 이동하고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위축될 것이란 게 금융위의 견해다. 또한 비트코인 거래 증가로 국경 간 자본이동 관리에 난관이 생기고 정부의 외환시장 관리가 어려워질 것도 우려했다.

이외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시 가상자산을 ‘정부가 인정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이 내재 가치를 알기 어렵고 전통 금융 자산과 비교해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비트코인 거래 절차 간편화와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사 수수료 수익 증대 등을 꼽는 데 그쳤다. 부작용 측면에서 국가 단위의 거시적 영향을 설명한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 영향은 개인·일부 기업 단위의 미시적 범위에 그친다는 해석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불가하다는 방침을 강조하며 원론적인 법률상 근거 부재를 내세웠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 상품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측하고 거래 금지에 힘을 실어 온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은 가상자산 시장 규율 체계를 마련한 후 글로벌 동향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선DB

◇ 가상자산업계 “금융위 예측 논리적 비약”

가상자산업계는 이러한 금융위의 견해에 반박했다. 금융 시장 안정성 저해 관련, 비트코인이 전체 금융 시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비약에 가깝다는 반론이 나왔다. 가상자산 시장 리서치업체 A사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 전체 규모에 비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칠 영향력은 작다”며 “비트코인 폭락에 따른 뱅크런 우려는 삼성전자 주식이 하락했을 때 전체 자본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시장 리서치업체 B사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 대해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자본 유입으로 비트코인의 안정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은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이 사실상 금지돼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 합리적인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병덕 의원은 “비트코인의 현물 ETF가 도입된다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보다 다양한 투자 옵션을 갖게 돼 투자 환경의 개선 및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문제를 포함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