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노조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노사 임금 협상이 2달여 만에 재개된다. 금융노조는 당초 사용자 측에 제안했던 임금 8.5%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진과 금융노조는 10일 대표단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진행한다. 지난 5월17일 3차 교섭을 진행한 지 2개월여 만이다.

금융노조는 앞서 사용자 측에 임금은 총액 기준 8.5% 인상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2.1%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를 더한 후 2021~2023년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를 감안해 8.5% 인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인 만큼 올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주 4.5일제(주 36시간) 도입과 사회공헌기금 조성, 신규 투자상품 판매 시 노조와 사전 협의, 육아휴직 3년 적용 등도 제안했다. 10일 교섭에선 사용자 측의 요구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양측은 금융노조 위원장 보궐선거로 임금협상이 지연된 만큼 협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금융노조가 높은 임금인상률을 요구해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노조는 앞서 2021년 4.3%, 2022년 6.1%, 2023년 3.5%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실제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2021년 2.4%, 2022년 3.0%, 2023년 2.0%다.

사용자 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금융 산업의 평균 임금이 높은 편이고 세계적 경기 침체와 (금융 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1675만원으로 전년(1억1275만원) 대비 2.9% 증가했다. 금융노조가 제시한 8.5% 인상 시 4대 은행 평균 연봉은 1억2677만원까지 오른다.

금융노조는 박홍배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지난 4월 보궐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윤석구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이 당선됐으나 금융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에게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렸다. 윤 위원장이 선거 운동 기간 도중 진행했던 하나은행 노조원 교육기간 동안 참가자들에게 3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고 분회장들에게 고급비타민을 선물한 것이 문제가 됐다. 윤 위원장은 법원에 당선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금융노조는 이후 재선거를 진행했고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당선됐다. 노조가 보궐선로 내홍을 겪으면서 임금협상도 2달 간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