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암 주요치료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위해 더 넓은 보장과 높은 치료비용을 제시하면서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언뜻 들으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들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다.

보험사들이 ‘암 주요치료비’ 보장을 높이고 있다 / DALL·E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암 주요치료비’를 특약으로 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보험료로 높은 치료비용을 보장해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생명보험사(삼성생명·신한라이프·흥국생명·미래에셋생명·DB생명 등)도 보장금액을 늘리는 추세다.

‘암 주요치료비’는 가입자가 암 수술을 받을 경우 병원마다 비용이 다르게 산정되는 비급여항목에 대해 보장을 해주는 특약이다. 통상 암보험은 ▲암 진단을 받으면 지급되는 ‘진단비’ ▲수술을 받으면 지급되는 ‘수술비’ ▲치료 비용을 보장하는 ‘치료비’로 나뉜다.

여지껏 암보험은 진단비와 수술비 보장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의료기술 발달로 수술없이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치료비 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암 주요치료비’ 보험이다. 주요 보장에 표적항암체나 면역항암체, 양성자 방사선, 중압가속기 등 최신 치료 기법이 들어간다. 치료에 5000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중입자 치료도 보장해줘 인기다.

일반적인 ‘암 주요치료비’ 상품은 가입자가 암 진단을 받고 주요치료를 받으면 연 1회(최대 2000만원) 한도로 5년 동안 정액 지급한다. 또 연간 1억원의 비례 보장해 총 6억원을 보장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6억원을 초과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주로 손보사 대비 시장 참여가 늦었던 생보사 중심으로 높은 보장을 미끼로 가입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기준 동양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은 최대 6억8000만원까지 주요치료비를 보장했다. 다만 최근에는 6억원 대로 다시 보장금액을 낮추기도 했다.

금액 대신 보장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고객 유인에 나서기도 한다. 기존 5년이던 암주요치료비 보장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식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10년간 12억원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내놨으며, 삼성생명은 10년간 10억원을 보장하고 있다.

주요 보험사 암 주요치료비 보장 내역 / IT조선

문제는 소비자가 보장받기까지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해당 특약은 병원비가 1000만원 이상일 때만 보장을 해준다. 총 병원비가 1000만원을 넘겼어도, 부가적인 마취료, 진찰료 등을 제외했을 때 암주요 치료비가 1000만원이 안된다면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없다. 구간별 보장도 1000만원씩 차등을 두고 있다. 1990만원 치료비가 나온다면 1000만원만 보장해준다.

아울러 가입한 특약이 종합병원 암주요치료비 상품이라면 종합병원에서만 치료받아야만 보장된다. 최근에는 상급종합병원까지 보장하는 특약이 나오고 있는데, 전국에 상급종합병원 개수가 47개에 불과해 실제 이용이 힘들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상급종합병원은 전국 47개에 불과하며, 일부 지역은 상급종합병원이 없거나 1개에 그쳐 해당 의료시설이용 가능성이 낮다”며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이용 시 불필요하게 추가적인 보험료만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경우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들자, 암 주요치료비 보장을 늘리는 영업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생손보사가 모두 취급 가능한 상품인지라 가격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이같은 영업방식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