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금융 당국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내준 대부업체를 ‘소비자금융 우수업체’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나 이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우수 대부업체에 한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출상품이 중개될 수 있도록 부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요 대출비교 플랫폼에 입점된 대부업체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대부업계에서는 ‘대부’라는 명칭에 고착화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 한 대출비교 플랫폼의 외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8일 대부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소비자금융 우수 업체로 선정된 대부업체는 19개 사다. 우수업체는 금융감독원에서 반기마다 지정한다. 최근 2년간 위법 사실이 없고 전체 대출 중 저신용자에게 내준 신용대출 비중이 70% 이상이거나 100억원 이상일 때 우수업체로 선정된다. 금융 당국은 저신용자에게 자금 공급을 활발히 하는 업체에 혜택을 주고자 이러한 제도를 만들었다.

우수업체엔 몇 가지 혜택이 제공되는데 그중 하나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 소개 및 마케팅 허용이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상 대부업체의 대출상품은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중개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해당 규제를 완화하면서 우수 대부업체에 한해 플랫폼 중개를 허락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줬다.

그래픽=정서희

그러나 실제 주요 대출비교 플랫폼은 아직도 대부업체를 입점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핀다·뱅크샐러드 개인신용 대출비교 플랫폼은 각각 60~70개의 금융사를 입점시켰다. 이중 대부업체와 제휴를 맺고 대출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혜택을 준다곤 했지만 사실상 손에 잡히는 혜택은 없는 격이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출비교 플랫폼들은 소비자 수요를 고려하다 보니 대부업체와 제휴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주장했다. 한 대출비교 플랫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금리 측면에서 유리한 1금융권 업체부터 찾다 보니 플랫폼도 대형 금융사 위주로 제휴를 맺는다”며 “모든 금융사를 입점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씁쓸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업권 이미지 개선부터 이뤄져야 대출비교 플랫폼도 대부업체를 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불법 사금융과 제도권 대부 용어가 혼용되는 만큼 대부라는 업권명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플랫폼에서도 입점을 꺼린다는 게 대부업계의 시각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중개 인센티브는 금융 당국이 강제하는 사항도 아닌 만큼 업권명 변경 등으로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자연스레 플랫폼 업체들도 제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