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불법추심 피해를 본 가족과 지인도 무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확대 개편했습니다. 그동안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채무자 본인에 한정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채무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자, 채무자의 친족, 채무자가 근무하는 장소에 함께 근무하는 자도 불법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불법 추심 피해를 보거나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한 이자로 대출을 받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소송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개편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금융위원회 앞으로 도착한 이 편지는 옥살이 중인 A씨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펜을 꾹꾹 눌러쓴 이 편지에는 “불법사금융업자의 불법추심으로 고통받는 노모와 어린 자녀를 도와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A씨는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옥살이를 하며 돈을 갚을 수 없게 됐습니다. 불법사금융업자는 남은 가족에게 채무를 독촉했습니다. 채무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 등 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고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금융위는 가족이 불법추심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합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활용하려고 하니 채무당사자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 이 제도를 활용해 가족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 추심 피해를 당한 노모에게 연락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다가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했습니다.
금융위가 편지 한 통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지 않은 덕에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개선됐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불법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현재 편지를 쓴 불법추심 피해자의 가족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채무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법추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채무자대리인 무료 법률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불법추심을 경험했습니다. 그중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지인추심 유형이 72.2%로 가장 많았습니다.
실제로 생활비가 급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B씨는 가족까지 불법 추심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B씨가 정해진 상환 일자에 돈을 갚지 못하자 불법사금융업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습니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내도 협박은 계속됐죠. 불법사금융업자는 B씨의 남편과 친정어머니에게 채무 사실을 알린 데 이어 미성년 자녀에게도 이 사실을 전하겠다며 초과 이자를 요구했습니다. 불법사금융업자가 아이들에게 접근할까 두려워 B씨는 계속해서 이자를 내며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불법사금융업자에 보냈습니다.
채권자의 불법적인 추심 행위가 있다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불법금융 신고센터 내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 신청’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기 어렵다면 금감원의 불법사금융신고센터(1332)로 전화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