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피부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 뉴스1

금융 당국이 야심 차게 출시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행 반년째를 맞이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비스 운영 방식을 두고 보험사마다 다른 의견을 내고 있는데, 금융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서비스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지난 4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보험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두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은 보험사가 판매하는 펫보험을 올려놓으면, 고객이 입력한 반려동물 정보를 토대로 각 상품의 가격(보험료)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보험사들은 서비스에 입점할 펫보험 상품의 유형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고 있다. 펫보험 시장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 등 다수 보험사는 장기보험 탑재를 목표로 준비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일반보험을 탑재하길 원하고 있다. 보험료가 더 저렴한 일반보험으로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기보험은 상품 가입 후 3년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이고, 일반보험은 3년 뒤 상품에 재가입해야 하는 구조다. 일반보험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가입 기간 보험금을 많이 받으면 재가입이 거절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상품명은 펫보험으로 동일해도 가격 산출 방식 등이 달라 보험업계에선 별개 상품으로 인식된다.

보험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서비스 출시가 늦어졌고, 금융 당국은 최근에서야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구분 없이 보험료를 비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런 방식을 채택할 경우 제대로 된 비교·추천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건이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단순 비교하면 특정 상품에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보험과 장기보험을 비교하면 일반보험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해야 비교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을 통해 차이점을 설명한다 하더라도 고객이 장기보험인지 일반보험인지 이해하면서 상품에 가입하긴 힘들어 똑같은 3년 보장 상품인 것처럼 판매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앞서 출시됐던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다.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는 수수료를 보험료에 포함하는 ‘플랫폼 요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중소형사는 수수료가 제외된 ‘사이버마케팅 요율’을 선택했다.

당시에도 보험료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면 비교·추천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일괄 비교 방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상품 판매 방식까지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서비스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금융 당국은 이런 논란은 업권 간 경쟁으로 촉발된 것으로, 서비스 효용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특정 펫보험의 보험료가 (항상) 낮은 것으로 나오진 않는다”라며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의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고, 장점과 단점을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게 소비자에게 더 폭넓은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