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전경. /IBK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이 올해 한시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들의 대출 금리 인상을 유예한다. 올해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이 적용되면서 일부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12월까지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하락한 곳에 대해서는 대출 연장 시 금리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면서 일부 기업이 변동된 신용등급 탓에 금리가 인상돼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특례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로 어려운 기업의 연착륙을 지원하고 변경된 기업 신용평가모형의 연착륙을 위해 이전 등급 대비 새로운 등급이 하락한 기업의 대출 기간 연장 시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을 유예하는 특례운용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자체적인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 기업의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이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이 결정된다. 대출 만기가 돌아온 기업은 재무적·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신용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 등급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했다. 최근 들어 고금리·고물가 등 경영 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업 신용 위험이 상승하자 적절한 신용평가를 통해 기업대출의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기업은행의 신용평가모형은 재무적 요소의 평가 비중을 비재무적 요소보다 높였다. 비재무적 요소의 경우 심사자의 자의적 해석 여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가 요소를 정량화해 심사의 객관성 및 변별력을 높였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이번에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한 뒤 일부 업황이 좋지 않은 업종에 속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재무 항목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하다 보니 일부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전체적으로는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보다 상승한 기업이 더 많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다음 달부터 대안평가모형(신빅데이터모형)을 적용한다. 새로운 대안평가모형은 재무적 평가 비중을 늘려 기술력은 있으나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성장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대안평가모형을 적용하면 기존 금융정보 이외에도 공과금 등 자동이체 잔액부족, 전자상거래 이용패턴, 소액결제 이용패턴, 기업인증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자동 수집해 기업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은행권에 기업 신용평가를 강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기업의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해 회사의 부실이 금융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고, 기업 상황에 맞는 금융 지원을 하라는 취지에서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엄정한 신용평가를 통해 실제 위험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신용 위험이 커졌다고 은행이 기업의 대출을 무조건 줄이라는 게 아니고, 채권금융기관으로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제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