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한 보험사가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으면 다른 보험사도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보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너도나도 보험료를 낮추고, 용종 제거나 창상봉합술 등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암보험과 종신보험을 연계한 ‘암 종신’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암 진단을 받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전부 돌려주는 ‘페이백’과 보험금 중도 인출, 납입면제, 사망보험금 체증 등 각종 기능까지 결합해 고객 사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암 종신은 2021년 출시된 뒤 자취를 감췄으나, 단기납 종신보험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화생명은 이달 암에 진단되면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고 사망보험금이 최대 4배까지 확대되는 ‘암플러스 종신보험’을 선보였고, KDB생명은 암 진단 시 보험료를 돌려주는 한편 10년 시점 환급률 124%를 보장하는 ‘더블찬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한화손해보험이 개척한 여성 특화보험 시장의 경쟁도 치열하다. 한화손해보험이 여성보험으로 성공을 거두자, NH농협·흥국·KDB생명을 비롯해 흥국화재·DB손해보험도 여성 전용 상품을 만들거나 여성 가입자의 보험료를 대폭 할인했다. 특히 신한라이프생명은 암 진단을 비롯해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는 생활질병 외에도 폐경·난임과 자궁·난소수술도 보장하는 ‘원더우먼’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지난달 출시한 유병자 보험 상품과 관련한 홍보물. /독자제공

당뇨·고혈압 등 질병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는 고객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보험 상품은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다수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하하자, 질병 이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조차 유병자 보험으로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해지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유병자 보험 상품명에는 통상 ‘3·5·5′ 등 여러 숫자가 붙어 있다. 보험 가입 전 자신의 건강상태를 보험사에 고지해야 하는데, 이 숫자는 고지 기간을 의미한다. 가령 3·5·5는 고객이 보험사에 최근 3개월 내 질병·진단·검사 소견을 받았는지, 5년 내 질병·상해로 입원·수술을 받았는지, 5년 내 암·뇌졸중·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는지 등을 알려야 한다.

보험사들은 고지의무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보험료를 낮추고 있다. KB손해보험은 기존 유병자 보험보다 최대 14% 저렴한 3·10·10 건강보험을 지난달 출시했다. 삼성화재는 한시적으로 유병자도 건강한 사람(건강체)과 동일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고,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3·10·10과 3·10·5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KB손해보험은 한발 더 나아가 6~10년 내 입원·수술 이력이 있어도 조건에 따라 보험 가입을 받아주는 ‘초경증간편플랜’을 내놨다.

치아보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라이나손해보험(옛 에이스손해보험)이 치아보험 보장을 확대한 데 이어 보험료를 20% 인하하고 가입연령을 70세까지 확대하자 삼성생명도 기존 치아보험의 보장을 강화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에 질세라 라이나손해보험은 이달 치아마모로 인한 치료까지 보장하는 한편 보철·틀니 치료까지 보상하겠다고 나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한 보험사에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인기를 끌면 다른 보험사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라며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전통적인 시장이 위축돼 있어 건강보험 등 다른 시장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