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가 그간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드디어 상장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달러에 연동한 가상자산)은 자금세탁과 외화유출 등의 우려로 거래소들이 상장을 꺼려왔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용자 유입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선 모습이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7일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원화(KRW)마켓과 비트코인(BTC) 마켓에 상장했다. 업비트는 글로벌 거래소 비트렉스(Bittrex)와 제휴,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테더 거래를 지원했으나, 위험성을 인지해 입출금은 지원하지 않았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다른 5대 거래소 역시 마찬가지 분위기였지만, 지난해 말 하나 둘 거래지원에 나섰다. 테더 거래를 잠시 중단했던 코인원은 지난 11월 재개에 나섰고, 빗썸은 지난해 12월, 고팍스와 코빗은 올 4월과 5월 연이어 거래 지원을 시작했다. 이로서 국내 5대 거래소가 모두 테더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테더는 지난 2015년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다. 달러와 1대 1로 가치가 연동돼 있으며, 발행된 수량 만큼의 달러를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은행에 보관한다. 가격이 고정돼 있어 투자 수단보다는 글로벌 거래소간 송금 수단으로 주로 쓰인다.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테더를 국내 거래소가 그간 꺼려왔던 데에는 국내외 규제 불확실성이 있다. 테더는 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져 사실상 외환(FX)과 유사하다. 외환은 금융기관만 취급할 수 있어, 법적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를 상장할 경우 외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와 관련해 고민을 지속해왔으나 지난 몇년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외국 법정화폐와 연동된 만큼 통화당국인 한국은행 역시 관심을 보여왔으나 구체적으로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었다.
지난 2022년 ‘테라-루나’ 사태도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정적 인식이 고조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아예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테라’의 경우, 테더와 달리 준비금 없이 알고리즘기반으로 발행됐다는 시스템상 이유로 폭락했지만, 차이점에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특금법 시행 이후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상 테더는 원화로 환전하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가상자산으로만 취급되며, 원화 거래소들의 경우 KYC(고객인증) 절차를 통해 자금 추적과 외환신고 여부 확인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테더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테더는 지난 2019년부터 미국 검찰과 의회로부터 공개된 준비금 내역이 실제보다 부족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테더가 준비금을 보관하는 은행은 조세피난처인 영국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해, 권위 있는 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올해 시행되는 유럽 가상자산법(MiCA)역시 좋지 않은 소식이다. 미카는 스테이블코인 회사가 준비금을 100%보관하게끔 하고 있어 유럽경제지역(EEA)에서 테더 거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글로벌 거래소 오케이엑스(OKX)역시 지난 3월 미카 시행을 앞두고 EEA내 테더 거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 밝혔다.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내 거래소들이 테더 지원을 강행한 이유는 거래소간 경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거래소간 이동성과 디파이(Defi, 가상자산 금융투자) 거래에 테더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사용자 편의성 증대와 이용자 확보에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 빗썸은 업비트보다 반년 앞선 지난해 12월 테더를 상장한 이후, 한 때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업비트를 추월하기도 했다. 업비트 역시 테더를 상장한 지난 7일 이후 테더 거래액이 비트코인의 3분의 1 수준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테더 거래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마친 상태로 거래 지원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IT조선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