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취급액이 주요 5대 손해보험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 취급 상품 중 약관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나 대출한도가 타사 대비 적은 탓이다. 계약자가 사정상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진다면 보험을 해약하는 방법밖에 없어 가계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개 주요 손보사 가계 약관대출 취급액은 ▲삼성화재 4조3883억원▲DB손해보험 3조2856억원 ▲현대해상 3조4449억원 ▲KB손해보험 3조1708억원 ▲메리츠화재 5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약관대출은 보험기간 중 계약자 사정 등으로 보험료의 계속 납입이 곤란하거나 일시적으로 금전이 필요한 경우, 보험을 해지하는 대신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이용 가능한 대출 상품이다. 계약자는 대출받은 원리금을 별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다. 대출을 위한 본인확인 절차도 간단해 서민들의 급전 수단으로 활용된다.
금융당국도 약관대출을 신용등급 하락위험 없이 보험의 보장기능은 유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액·생계형’ 자금조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1월 보험사를 상대로 약관대출 가산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행 가산금리 책정 방법이 다소 불합리하게 산출돼 있는 만큼, 군더더기를 덜어 가계 부담을 완화하라는 주문이었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하를 결정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금리연동형 약관대출 가중평균 가산금리를 지난해 12월 1.84%에서 지난 1월 1.2%로 0.64%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금리확정형 약관대출 가산금리도 1.57%에서 1.2%로 조정했다. 현재 대다수 보험사 약관대출 가산금리가 1.5% 수준인 것에 비춰 봤을때 훨씬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수 자체가 적어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화재도 “최근 매출액이 크게 늘긴 했지만 상위사 대비 대상 건수 자체가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약관대출 잔액규모가 타사 대비 적은 것은 상품 자체에 약관대출 가능 비율을 보수적으로 잡은 데 따른 것이다. 약관대출은 해지환급금의 최대 95%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구체적인 한도는 보험사가 설정한다. 메리츠화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당 범위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개별사의 상품 구성에 따라 약관대출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타사 대비 메리츠화재의 약관대출 규모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규모를 조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기준 보유계약건수 1000만건 이하인 한화손해보험(875만건)과 흥국화재(483만건)의 경우에도 가계 약관대출 규모가 각각 1조5550억원, 9355억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했을때 메리츠의 경우, 의도적으로 약관대출 한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보유계약건수는 1685만건으로 KB손해보험(1784만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통상 해지환급금으로 쌓이는 적립보험료를 기준으로 한도를 책정하는데 한도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정한다”며 “최근 보험업계도 상생금융 일환으로 약관대출 수준을 일정 규모 이상 유지하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