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3098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에 중징계를 내릴 전망이다. 내부통제 부실과 늑장 사고 보고의 책임을 물어 고위 경영진을 포함한 임원급에 대한 인적 제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이르면 오는 7월에 열 예정이다. 경남은행 횡령 사고와 관련한 제재심은 이달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에 인력이 투입되면서 제재심 개최 시기는 다음 달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제재심 일정을 계속 논의 중인데 현재 진행되는 검사 등으로 이달 열기는 어렵다”면서도 “가능한 빠르게 제재심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경남은행에서는 300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에서 일어난 횡령 중 가장 큰 규모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직원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자금을 횡령했다.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파악한 횡령 규모는 78억원이었으나, 금감원과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횡령 규모는 3098억원으로 확대됐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와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으로 나뉜다.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를 직원의 일탈로만 보지 않고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남은행이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를 분리하지 않았으며,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을 미흡하게 점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횡령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도 무더기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다”라고 밝힌 만큼 적어도 10여명의 임직원이 제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에 앞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 역시 전·현직 임원 11명, 직원 12명이 주의·견책 등의 인적 제재를 받았다.
은행장 역시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횡령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만큼 내부통제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려 역대 은행장들을 모두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은행장도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이 속한 BNK금융지주에 대한 책임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에서 이행해야 할 자회사 내부통제 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다. BNK금융은 지난 2014년 이후 고위험 업무로 분류되는 PF대출 관련 내부통제 점검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