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에 다시 시동을 건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발맞춰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과 부수업무 범위를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현행 포지티브(열거주의) 규제의 해석을 넓게 하는 방식부터 완전히 ‘진출 불가 업종’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은 금융사가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이나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포지티브 방식으로 법령에 나열돼 있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의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사업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은 금융 당국의 규제 특례(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그조차 최대 사업 기간은 5년 6개월로 제한된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 산업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업 서비스 질도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데 금산 분리 개념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드론이 날아다니고 전자 장비가 많은 시대인데 맨날 총검술 해봤자 뭐하겠느냐”면서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 가지려면, 첨단 기술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 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그런 이슈가 아니다”라며 산업 자본의 은행업 진출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취임하면서도 약 40년간 걸어 잠가온 금리분리 규제 빗장을 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력으로 무장한 은행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산분리 추진 시기가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고, 이달 은행들과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