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금융 당국에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흥국생명도 지난 1월 펀드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사업을 접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KDB생명의 집합투자증권 투자 매매업·중개업(펀드 판매 라이선스) 폐지를 승인했다. 2008년 5월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인가받은 지 15년 만이다. KDB생명은 10여년간 펀드를 거의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은 펀드 판매로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접었다고 한다. 생명보험사의 펀드 판매는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자사 고객에게 판매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보통 대형 보험사의 경우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만, 중소형사는 외부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 판매량이 적어 수수료율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판매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주기적으로 금융 당국에 펀드 판매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펀드 판매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고정 비용을 소모하며 라이선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KDB생명의 결론이다.
최근 생보사들은 펀드 시장에서 철수하는 추세다. 현재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보유한 생보사는 삼성생명(032830),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085620), 한화생명(088350) 등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해 6월, 흥국생명은 올해 1월 각각 금융 당국에 라이선스를 자진 반납했다. 이 회사 역시 펀드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업을 접었다.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보사들이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라이선스를 보유한 생보사 중 절반가량은 펀드 잔액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에서 재무컨설팅 확대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라이선스 반납에 대한 신중론이 있었는데, 더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