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짧아진 만기 탓에 건설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부실 위험 탓에 PF 대출 만기가 짧게는 3개월마다 돌아오면서 건설사가 대출 연장 시 부담해야 하는 취급 수수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보험·증권·여전업 등 3개 금융권 7개 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대출금리 및 수수료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PF 대출 만기가 짧아지면서 건설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건설사들은 지난 3월 금융권이 정상화 추진 PF 사업장에도 과도한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금감원에 실태 점검을 건의했다. 일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우려가 큰 비수도권 지역 PF 사업장에 대해 두 자릿수의 대출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장검사를 통해 부동산 PF 금리와 수수료 등이 대출 위험에 상응해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부과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라며 PF 대출 취급액이 많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곧바로 실태 점검에 나섰다.

건설사들은 과거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 등을 통해 공사 자금을 조달할 때는 0%대 저금리 시기였던 만큼 조달 금리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기준금리가 3.50%로 상승하면서 체감하는 금리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일러스트=이은현

특히 PF 사업장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 대출 연장 시 만기를 짧게 가져가고 있다는 점도 건설사의 금리 부담이 높아진 이유다. 금융권은 PF 대출의 회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PF 대출에 대한 만기를 짧게는 3개월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는 만기 연장 시마다 취급 수수료를 함께 부담해야 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 최근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만기가 최소 3개월로 짧아진 만큼 건설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만기 연장 시 취급 수수료가 더해지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 수수료도 금리로 느껴지며 부담이 커진다고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PF 대출 금리 자체는 일반 기업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비은행권 기업대출 금리는 5.68~8.20% 수준이다. PF 대출 금리 역시 이러한 수준에서 사업장별 위험도가 가감돼 결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PF 금리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반 기업대출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필요시 짧아진 만기로 인한 건설사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사와 건설사 간 계약으로 결정되는 금리 및 수수료 결정에 직접 개입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PF 시장 정상화가 진행되면 금융권에서 부실 사업장에 대해 경·공매 등의 방식으로 정리를 시작하는 만큼 금리 및 수수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PF 대출 금리 및 수수료에 대한 실태 점검을 일부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이를 일반화할 수 있을지부터 봐야 한다”라며 “감독 당국에서 PF 사업장 평가 등 시장 정상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금리 및 수수료 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