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본관. /농협중앙회 제공

NH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농업사업지원비(농지비)가 올해 1분기 1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농지비 증가가 농협금융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전국 1111개 지역농협의 조합장에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의 농지비는 올해 1분기 15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비는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NH농협금융 자회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분기마다 내는 분담금이다.

책정 기준은 이전 3개년 영업수익(매출)에 그룹별 부과율을 곱한 값이다. 부과율은 최대 2.5%와 최소 0.3% 범위에서 정해진다. 현재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최대 부과율인 2.5% 수준에서 농지비를 내고 있다. 반면 수익성이 좋지 않은 농협경제지주는 최저치인 0.3% 수준에서 농지비를 내고 있다. 농협중앙회 예산의 NH농협금융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5년간 NH농협금융의 농지비는 2019년 4136억원,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60억원,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27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매출액은 줄었으나 직전년도인 202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늘면서 농지비도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농지비가 매해 증가하면서 NH농협금융 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지비는 매출을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한 계열사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올해 1분기 NH농협금융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했으나 농지비 규모는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NH농협생명은 2018년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628억원의 농지비를 냈다.

그래픽=정서희

농협중앙회는 농지비를 농업과 농촌 지원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14~2022년까지 4조3224억원의 농지비를 거둬들였는데, 이 중 46%(1조9756억원)를 인건비, 특별퇴직급여 등 직원에게 사용했다.

농협 안팎에서는 강호동 회장의 선심성 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 회장은 오는 7월부터 ‘농정활동비’ 명목으로 전국 1111개 지역농협의 조합장에게 매월 10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강 회장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선 연간 133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농협 내에서도 “농협중앙회 부채가 수십조에 달하는데 조합장에게 현금을 주는 선심성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