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을 사칭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금융투자사기에 대한 규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기존에는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초상권을 도용당한 유명인들이 직접 나서더라도 현실적으로 투자사기 범죄를 잡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참조해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3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및 금융투자사기를 전담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다음 달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를 발표한다. TF에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다. TF 관계자는 “6월쯤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유명인을 사칭한 투자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광고는 유명인들이 추천하는 종목이나 투자 방법 등을 소개하며 투자를 유인한다. 유명인의 인지도를 믿고 투자한 이들은 돈을 잃고 나서야 이 광고가 유명인을 사칭한 투자 사기였다는 점을 인지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고 피해액은 1200억원을 넘겼다.
이러한 불법 투자 유인 광고에 이용된 유명인들은 도용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피해자 양산을 신속하게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초상권을 도용당한 유명인이 직접 플랫폼 업체에 계정 및 광고를 신고하더라도 계정이 폐쇄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계정이 폐쇄됐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계정을 생성해 이러한 사칭 범죄를 반복할 수 있는 구조다.
범정부 TF는 플랫폼이 유명인 사칭 계정과 광고를 직접 걸러낼 수 있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개인이 일일이 잡아낼 수 없는 초상권 도용 투자사기 범죄에 대해 플랫폼 기업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수익 등을 위해 유명인 사칭 계정이나 광고 등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나온 대책이다. TF 관계자는 “일부 부처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플랫폼에 대한 직접 규제를 찬성하지 않지만,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 이번 문제에 관한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범정부 TF는 플랫폼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영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관련 범죄에 대한 규제가 가장 앞선 곳은 영국이기 때문이다. 초상권을 도용당한 유명인이 직접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형태로 관련 범죄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영국은 제도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해 유해 콘텐츠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한 플랫폼 기업 등에 최대 연 글로벌 매출액의 10%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Bill)을 통과시켰다. 영국의 금융감독국(FCA)은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과 협약을 맺고 금융회사가 승인하지 않은 유료 광고의 등록을 차단하도록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