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진 서민들에게 접근해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중개해 주겠다면서 수수료를 가로챈 대부업체 대표가 붙잡혔다.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자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한 서민을 겨냥한 것이다. 대부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대출을 받으라고 강권한 뒤 대출금을 자신에게 투자하게 유도해 이를 가로채기도 했다. 이자가 부담돼도 법적 테두리는 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충남 천안시의 한 대부업체 대표 박모씨를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이른바 ‘채무통합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3명으로부터 수수료·투자금 명목으로 16억9325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과 별개로 피해자 15명으로부터 10억498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고소·고발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피해자들을 포함하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채무통합대환대출은 시중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뜻한다. 기존 대출을 모두 상환한 뒤 한 금융사에서 같은 금액을 한 번에 대출받는 식이다. 대출을 한 곳으로 묶으면 금리가 낮아지고, 기존 대출을 일시적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상승해 대출 한도가 높아질 수 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채무통합대환대출에 관심을 갖는 서민이 많아지고 있다.

박씨는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채무통합대환대출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보이는 피해자들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대출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요구했다. 대환대출이 한 달 걸린다고 가정하면, 연 이자가 120%로 법정 최고금리(20%)를 훌쩍 넘겨 불법이다. 또 대부중개 자격이 없는 박씨는 대출을 받을 금융기관을 소개할 수 없다.

박씨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에게 채무통합대환대출을 한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대환대출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높아진 서민들에게 추가 대출을 받도록 한 뒤, 이를 자신에게 맡기면 매월 대출금액의 4~28%를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유혹한 것이다.

서울 시내 거리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한 저축은행에서 연 13%로 2000만원을 대출받았던 A씨는 박씨로부터 받은 돈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한 뒤 다시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의 신용등급이 높아지자 박씨는 A씨에게 끈질기게 추가 대출을 권유했다. 대출금을 투자하면 이자는 물론 수익금으로 월 4%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1억2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박씨에게 투자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약속했던 수익금은 입금되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A씨 외 다른 고객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박씨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원금조차 찾지 못한 A씨는 월급으로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개인회생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에서 대환대출 등을 받기 전 불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중개수수료는 대부업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다”라며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꼭 확인하고,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넘게 요구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