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등을 따서 만들어진 가상화폐인 ‘밈(meme)코인’의 가격이 최근 크게 출렁이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밈코인이 별다른 기능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했다가 자칫 큰 손실을 볼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가장 대표적인 밈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도지코인은 22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전날보다 1.9% 오른 235.7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말 311원을 기록한 후 이달 들어 20% 넘게 떨어졌다. 도지코인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206원까지 하락했지만, 사흘 만에 다시 10% 넘게 반등했다.
도지코인은 일본의 견종(犬種)인 시바견의 미묘한 표정을 형상화해 만들어진 밈코인이다. 이 코인은 지난 2013년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풍자하려는 목적에서 발행됐다. 결제와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과 달리 쓰임새가 거의 없다.
도지코인은 지난 2021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달 탐사 계획에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언급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며 원화 기준으로 10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테슬라가 별다른 후속 계획을 내놓지 않고, 2022년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자 가격이 100원대로 폭락했다.
오랜 기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도지코인 가격은 지난 2월 말부터 갑자기 큰 폭으로 뛰었다. 2월 중순 110원에 거래가 됐던 도지코인은 지난달 말 325원까지 뛰면서 불과 1개월여 만에 2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분쟁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가격이 다시 크게 떨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대내외 여러 변수 속에서도 가격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선 후 조정을 받았지만, 한 달 넘게 9000만원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블록당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지난 20일 도래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3월 이후 도지코인 가격이 ‘널뛰기’ 수준의 변동 폭을 기록한 반면, 비트코인의 등락률은 10%를 넘지 않았다.
다른 주요 밈코인들의 가격 흐름도 도지코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시바견을 본떠 만들어진 시바이누 코인은 2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해 불과 1개월 만에 5배 넘게 치솟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페페코인, 플로키 등도 지난달 급등한 후 최근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밈코인의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들도 투자 가치는 검증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쓰임새가 거의 없는 밈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알트코인으로 눈을 돌렸다가, 가상자산 하락기에 큰 손실을 본 사람이 많았다”면서 “가상자산에 투자하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고, 나머지 알트코인의 비중은 1% 미만으로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밈코인의 상승이 가상자산 시장 호황의 ‘끝물’을 의미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과거 가격 흐름을 보면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먼저 오른 후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이 상승했고, 나중에는 밈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이를 근거로 밈코인 가격까지 오르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상승세가 단기적으로 마무리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넘게 9000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여전히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홍콩이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등 호재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상승 여부도 1년 이상은 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