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지난해 34곳의 저축은행이 우량 저축은행의 기준이 되는 ‘88클럽’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8클럽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부실 채권이 대량 발생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88클럽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서 동시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 이하인 저축은행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기 전엔 금융 당국이 88클럽에 속한 저축은행에 추가 혜택을 주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계는 88클럽을 기준 삼아 저축은행의 안전함을 강조해 왔으나 지난해 들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3일 금융감독원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88클럽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은 41개였다. 전체 저축은행(79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치다. 2022년 연말 기준 88클럽 수(75개)와 비교하면 1년 새 34곳이나 감소했다.

88클럽의 감소는 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라가면서 발생했다. 지난해와 올해, 79개 저축은행 모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8%를 넘겼다. 하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 기준(8% 이하)에 맞는 저축은행이 75개에서 41개로 대폭 줄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통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며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을 따질 때 쓰인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증가는 중대형 저축은행에서도 발생했다. 자산규모 6위에 해당하는 페퍼저축은행(12.86%), 9위에 해당하는 상상인저축은행(15.05%)이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 8%를 넘기며 88클럽에서 퇴출당했다. 주요 금융지주에 속한 KB저축은행(10.11%)도 고정이하여신비율에서 88클럽 자격 미달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79개 전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8조387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8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대를 기록한 것도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 회장 및 임원들이 지난달 21일 2023년도 영업실적 설명회에 참석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부실채권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저축은행업계가 전체 대출 규모를 줄이는 가운데 경기 침체로 연체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21일 2023년 업권 실적 발표에서 “저축은행은 경기 침체 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서민과 중·소상공인을 주거래 대상으로 한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전반의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위기라고 말하긴 이르다’는 시각이 있다. 손실에 대비해 총알을 쌓아뒀고 부실채권 매각도 서둘러 준비해 건전성 개선 방편을 마련하겠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에서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1년이나 2014년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높지 않다”며 “연체율이 올라갔지만 대손충당금과 자기자본 등을 보면 이 정도 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도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 악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쯤 업계의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이 나오면 결과를 보고 현장점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일 현장점검에 나선다면 연체 채권 관리를 적절하게 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