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은행이 잇따라 특화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상품은 연 2~4%대의 기본 이자율에 구단의 성적에 따라 최대 1%포인트 우대금리가 더해지는 구조다. 국내 스포츠 중 팬층이 가장 두터운 프로야구를 마케팅에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인데, 뜨거워진 응원 열기에 상품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 19일 ‘2024 신한 프로야구 적금’을 출시했다. 이 적금은 10개 구단 중 응원하는 팀을 선택해 월 최대 50만원까지 1년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본 연 2.50% 이율에 선택한 구단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1.7%포인트 더해져 최대 4.2%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단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연 0.5% 이자가 붙는다.

2018년부터 KBO 메인스폰서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 상품을 매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LG트윈스 우승으로 신한 프로야구 적금에 가입한 LG 팬들은 최고 연 4.60%의 금리 혜택을 받았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거머쥐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팬들의 이자율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올해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우승을 기원하며 프로야구 적금에 가입했다는 인증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각 구단의 팬카페에는 “야구 적금 가입했어요. 다들 팬 인증하는 거 잊지 않았죠?” “올해도 우리 팀 응원하며 가입했습니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일부 네티즌은 “우승 못하면 금리가 너무 낮아요. 윤곽이 드러나면 그때 가입하렵니다”라고 적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프로야구 적금은 다른 적금 상품과 비교해 고객 유입 속도가 빠른 편이다”라며 “이 상품은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가입할 수 있어 시즌 중후반 우승팀이 어느 정도 추려진 후 가입하는 고객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신한은행의 프로야구 적금은 올해 구단의 예상 성적과 팬심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적금 가입자의 가입 비율이 높은 구단이 상위권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22년의 경우 프로야구 적금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구단은 SSG랜더스(33.80%)였으며, 그해 SSG랜더스는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BNK 가을야구 정기 예금' 홍보 모델로 선정된 롯데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 선수가 부산은행 사직운동장지점에서 가을야구 정기예금을 1호로 가입했다. 김용규(왼쪽) BNK부산은행 고객마케팅본부장, 전준우 롯데자이언츠 선수. /부산은행 제공

지방은행들은 거점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 팬들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롯데자이언츠, DGB대구은행은 삼성라이온즈, 광주은행은 기아타이거즈의 성적에 연계한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출시한 ‘BNK 가을야구 드림 예금’의 기본 이율은 연 3.20%로, 롯데자이언츠의 성적에 따라 최고 0.6%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부여한다. 가입 기간은 1년이며, 가입 금액은 300만원 이상이다. 1년 만기의 적금 상품의 기본 이율은 연 4%로, 정규리그 투수·타자 최우수선수(MVP)를 배출하면 0.2%포인트,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0.5%포인트를 포함해 최대 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대구은행이 내놓은 ‘DGB 홈런 예·적금’은 기본 이율이 예금 연 3.5%, 적금 연 4.0%다. 삼성라이온즈의 성적에 따라 연 최고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광주은행의 ‘기아타이거즈 우승 기원 ‘예·적금’은 기본 이율이 3.6%로, 최고 우대 금리는 예금 0.25%포인트, 적금 0.85%포인트다.

은행들이 프로야구를 활용한 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신규 고객 유치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관중 수가 다른 종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프로야구 연간 관중 수는 810만명으로, 프로축구(301만명)의 2배가 넘는다. 프로농구, 프로배구의 경우 지난 시즌(2022~2023년) 누적 관중 수는 각각 69만명, 56만명가량이다. 은행 관계자는 “야구는 다른 스포츠보다 브랜드 노출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큰 편이다”라며 “팬층을 중심으로 고객 유입도 활발히 이뤄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