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뇌혈관·허혈성심장질환 통원비를 최대 100만~102만원으로 상향했다. 사진은 동양새명 사옥. /동양생명 제공

생명보험사들이 금융 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암 통원 일당 한도를 상향하며 경쟁에 나섰다. 암을 직접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한 경우 조건에 따라 회당 80만~1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4월 경험생명표 변경으로 상품 개정을 앞둔 터라 절판 마케팅까지 벌어지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들어 뇌·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통원할 경우 지급되는 통원비 한도를 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였다. 같은 조건의 상급종합병원 통원비는 기존 1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렸다. 뇌·심장질환 치료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된다.

동양생명은 암 통원비를 최대 100만원으로 상향한 특약을 선보였다. 뇌혈관·허혈성심장질환 통원비도 각각 최대 102만원씩 보장하는 상품도 내놨다. 신한라이프생명·미래에셋생명은 각각 80만원, KDB생명은 75만원으로 상향했다. 60만원 수준인 손해보험사들의 암 통원비 한도를 추월한 것이다.

통원비 특약은 특정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병원에 방문할 경우 방문할 때마다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하는 담보다. 가령 암 통원비는 암 진단이 확정돼 암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에 통원할 경우 지급된다.

암 통원비 한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20만~4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한도를 늘리자 현대해상·D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도 암 통원비를 60만원으로 높이며 경쟁이 시작됐다. 보험사들은 암 치료 트렌드가 입원에서 통원으로 바뀌어 한도를 늘리는 게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고객 입장에선 실손보험에서도 암 통원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고객은 상황에 따라 초과이익을 올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 15개 보험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암 통원일당 등 보장한도 증액 경쟁으로 인한 불건전 모집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뜻을 전했다. 과당 경쟁이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비응급환자라도 질병·재해 등으로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 진료비를 보장하는 ‘응급실 통원비’ 판매를 중단시킨 바 있다.

조선대병원 의료진이 최신형 4세대 '다빈치 Xi 로봇'을 이용해 암환자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금감원 경고에도 한도를 상향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암보험 등 건강보험을 포함한 제3보험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실적을 올려줄 보험은 제3보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보다 암보험 등 보장성 보험이 실적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

더구나 오는 4월 경험생명표 변경으로 암보험 상품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벌써부터 절판 마케팅까지 벌어지고 있다. 5년마다 발표되는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을 관찰해 성별·나이별 사망률 통계를 낸 것이다. 보험사가 요율 계산에 활용하기 때문에 변경될 경우 내야 할 보험료가 달라지는데, 수명이 더 늘어난 경험생명표가 새롭게 적용되면서 보험료도 인상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특정 상품의 한도를 높이면, 다른 보험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경험생명표가 적용되는 4월 전에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건강보험을 주로 판매하려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