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29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9000만원을 찍었다. 최근의 강한 상승세는 ‘광풍(狂風)’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비트코인이 오르고 있는 배경은 이전 급등기와 차이가 있다. 2021년에는 1년 넘게 지속된 저금리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해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가 높고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덜한 상황이지만, 가격이 급등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를 근거로 앞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기준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커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1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장 중 9000만원을 돌파했다. 원화 거래 기준으로 직전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 9일 8270만원을 넘어선 수치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의 달러화 거래 가격은 6만3122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2021년 11월 기록한 6만9000달러였다. 국내에서 특히 비트코인의 매수세가 강해 원화 거래 가격이 더 크게 상승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가에 근접한 것이다.

① 美 기준금리 : 2021년 0.25% vs 2023년 5.5%

지난 2021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데는 여러 국가가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에 나선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 국이 기준금리를 낮췄고, 저금리가 1년간 지속되면서 넘쳐나는 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25%로 낮췄고, 이 수치는 2022년 3월까지 지속됐다.

반면 지금은 반대로 5% 이상의 기준금리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연준은 코로나19 당시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2022년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고, 지난해 3월부터 미국 기준금리는 5%를 넘어섰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반년 넘게 5.5%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② 2021년 새로 진입한 개인이 주도 vs 2023년 ETF 승인 후 기관이 주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투자자들도 달라졌다. 2021년에는 채굴자를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의 대형 투자자, 이른바 ‘고래’들이 상승을 주도하고 주식 시장 등에서 새로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돼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강세장은 신규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새로운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결정으로 블랙록과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등 대형 자산운용사 11곳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발행했고,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에 대한 매입 수요가 늘었다. 또 비트코인이 ETF로 증시에 상장되면서 기관의 투자 자금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정 이슈에 대한 전 세계 사람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구글트렌드를 보면, 2021년 4월 18일부터 24일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는 100을 기록했다. 실제로 2021년 광풍 당시 국내에서는 ‘돈복사(코인에 투자하면 저절로 큰 돈을 번다는 의미)’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최근 수치인 2024년 2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의 관심도는 17에 머물러 있다.

③ 급등 시점 : 2021년 반감기 지난 후 vs 2023년 반감기 도래 전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뜻하는 반감기의 영향이 반영되는 시점 역시 다르다.

지금껏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이후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크게 올랐다. 반감기를 앞둔 시점에서는 가격이 횡보하거나, 오히려 소폭 조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2021년 역시 앞서 2020년 5월 반감기를 거치고 반 년 넘게 시간이 지나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이번 강세장은 오는 4월로 예정된 4차 반감기를 2개월 앞두고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로 과거와 달리 기관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다, 앞서 세 차례 반감기 이후 가격이 상승한 것을 알게 된 투자자들의 ‘학습 효과’까지 더해져 가격이 이른 시기에 급등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 추가 상승 기대감 고조

시장의 관심은 사상 최고치를 뚫은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도 강세를 유지할 지에 쏠려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만큼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도 강해져 가격이 곧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는 가격을 끌어내릴 만한 이렇다 할 위험 요인이 없어 상승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29일 자신의 X(트위터)에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구글트렌드의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글도 추가로 게시했다. 지금까지의 강세장은 현물 ETF 승인 후 주로 기관들이 주도했는데, 향후 개인 투자자가 유입돼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4월부터 반감기가 도래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직전 반감기인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약 8755달러에서 5만6413달러로 뛰었다. 반감기 후 가격이 상승한 사례를 학습한 투자자들이 당분간 계속 가상자산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강세론자들의 전망이다.

주 대표는 ETF를 통한 기관의 자금 유입과 개인 투자자의 복귀, 반감기 등을 근거로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11만2000달러(약 1억500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연준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 가격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