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부담에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권으로부터 매입한 개인 부실채권(NPL) 중 아파트 등 담보물건이 전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금리 수준도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면서 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로 잡은 집마저 넘어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29일 캠코가 지난해 인수한 부실채권의 담보물 현황에 따르면 아파트·오피스텔 등 담보물이 있는 개인 담보채권은 164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아파트 담보물은 148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이 63건, 오피스텔 22건, 일반주택 10건, 기타 65건이었다.
캠코가 매입한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실채권(주택)은 전년 대비 3.4배 늘어났다. 2022년 개인 담보채권의 주택 담보물은 482건에 그쳤다. 담보물을 살펴보면 아파트가 4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다세대 및 다가구주택 30건 ▲오피스텔 21건 ▲일반주택 7건 ▲기타 24건 순이었다.
NPL 담보물을 아파트로만 한정하면 채권 부실화 속도는 더욱 빠르다. 저금리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캠코가 매입한 NPL 중 아파트가 담보인 경우는 183건에 불과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의 끝물인 2022년에는 아파트 담보물은 400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71% 증가한 1485건으로 집계됐다.
캠코의 NPL 관련 주택 담보물이 증가했다는 것은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집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주택 등을 담보로 빌린 대출을 갚지 못하면, 금융사는 저당 잡은 담보물을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통상 금융사는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캠코 등 NPL 기관에 넘긴다. 자산건전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을 넘기는 것이다. 캠코는 금융기관과의 약정을 통해 NPL을 매입한다. 담보가 있는 NPL의 경우 대부분 경매를 통해 원금 회수 절차를 밟는다.
NPL은 캠코뿐만 아니라 다른 NPL 회사로도 매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금융권은 캠코가 아닌 민간 유동화 전문회사에 NPL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4대 은행의 NPL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더해 저축은행이 NPL을 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2금융권의 NPL 매각 통로도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영끌족처럼 대출을 많이 받은 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며 “대출을 연체해 담보로 잡은 집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올해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어렵고 고금리도 유지될 것으로 보여 담보채권의 부실화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