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암표 매매 근절에 나서겠다고 공약하면서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한 티켓 발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유명 가수의 공연에서는 모든 티켓에 NFT 기술을 적용해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실험이 진행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예매 시 NFT 티켓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발행자 측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아직 이 기술이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 등의 한계도 있어, 지금은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NFT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공연이나 스포츠 등에서 암표 거래는 급증하는 추세다. 2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거래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에서 2022년에는 4224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티켓을 대량으로 선점하기 위해 매크로를 이용하는 암표 거래상들이 크게 늘면서 1년 만에 신고 건수가 5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공연과 스포츠 경기 등의 티켓을 온라인으로 예매할 때 매크로(구매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행위)의 이용을 금지하고,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과 신고 시스템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매크로 등을 이용해서 표를 대량 구매해 정상적인 거래를 방해하고, 그렇게 산 표를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가 빈번하다”면서 “이런 행위를 공익을 해치는 범죄로 규정하고 제도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체육진흥법 등을 개정해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을 현행 20만원 벌금에서 ‘1년 이후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으로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또 티켓 판매자가 자체적으로 암표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하는 등 신고 시스템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암표 거래 방지를 위해 해결책으로 떠오른 기술은 NFT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구매자들에게 별도의 고유 인식값을 부여한다. 지금껏 NFT는 주로 미술품 소유나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을 소재로 한 상품 정도로 취급됐지만, 위·변조나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최근에는 티켓 예매에서 암표 거래를 막는 용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공연에서 티켓을 NFT로 발행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물을 이용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인 ‘워터밤’을 앞두고 주최사는 일부 티켓을 NFT로 판매했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에서도 NFT 티켓이 발행됐다.
최근에는 현대카드가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가수 장범준의 공연을 주최하면서 모든 티켓을 NFT로 판매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번 공연에서 암표 거래를 통한 부당 이익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6월 미국의 유명 가수인 브루노 마스의 내한 공연 과정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대량 구매와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NFT 티켓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모든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의 티켓 발행자가 NFT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주최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중·장년층 이상의 소비자들은 가상자산이나 NFT에 익숙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문화계 등에서도 모든 티켓 발행에 NFT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흥행 성공이 보장되는 유명 가수나 배우의 공연에서는 도입해 볼 만하지만, 자본이 충분치 않은 주최사가 진행하는 행사는 NFT 도입으로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NFT 시장은 제대로 온기가 돌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NFT가 투자의 대상이 아닌 실물 경제에 유용한 보안 기술로써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