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위믹스는 올 들어 줄곧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불거진 미신고 영업 의혹으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코인원에서 위믹스는 전날보다 0.6% 오른 2987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579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2개월여 만에 가격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국내에서 5900만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21일 7200만원을 넘어서며 이달 들어 2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과 수이, 스택스 등 여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도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위믹스는 최근까지도 별다른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위믹스 가격은 10% 넘게 하락했다. 이날 위믹스의 거래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 빗썸이 위믹스를 재상장할 당시 가격인 3100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재상장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셈이다.
위믹스가 최근 가상자산 상승장에서도 가격이 줄곧 약세를 보인 것은 발행사인 위메이드의 실적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액이 60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지만, 사업 확장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11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4분기에 70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최근 들어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위메이드는 대표작인 ‘나이트 크로우’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판타스틱베이스볼’ 등 신작을 성공시켜 올해 흑자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위메이드가 주력으로 하는 P2E(Play to Earn·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게임을 규제하고 있어, 눈에 띄게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융 당국이 위믹스가 지갑서비스업 등을 신고하지 않은 채 영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인 닥사(DAXA)는 위믹스가 ‘플레이월렛’과 ‘피닉스덱스’를 미신고 상태로 영업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조사를 의뢰했다. 플레이월렛은 위믹스의 메인넷 지갑으로 위믹스 생태계의 모든 가상자산을 위믹스로 전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한다. 피닉스덱스는 위믹스를 사고 파는데 이용되는 탈중앙화 거래소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현행 법에서는 지갑서비스 사업자가 통제권을 갖고 매매에 관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닥사는 위믹스가 로그인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매매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며, 미신고 대상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FIU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닥사는 지난 2022년 말 위메이드가 유통량을 허위 공시했다는 점을 들어 위믹스에 대해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닥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은 위믹스에 대한 거래 지원을 재개했지만, 업비트에서는 여전히 위믹스를 거래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FIU가 닥사의 주장대로 법을 어긴 채 미신고 영업을 했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위믹스가 재차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P2E게임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는 한 위믹스는 확실한 상승 동력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코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유망한 알트코인을 놔두고 굳이 당국의 제재 우려가 있는 위믹스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