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 대한 자금 지원 가능성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이 컨소시엄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자, 지주사인 신한금융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에 제 4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그룹사의 재무적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에 제4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그룹사의 재무적 지원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신한금융투자가 자금 여력이 있는 선에서 투자할 수 있지만, 그룹사가 나서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 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와 신한금융투자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지난달 진행된 5세대 이동통신용 28㎓ 대역 주파수 할당 경매에서 최종 입찰가로 4301억원을 써내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업계 예상을 크게 웃도는 낙찰가에 통신망 구축 투자 여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스테이지엑스는 아직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과 주요 투자사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시장 안팎에서 신한금융투자가 8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중 일부를 신한금융투자가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기관투자자 등 출자자(LP)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체 자금도 투입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이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가 신한금융의 지원 사격 없이 단독으로 수천억원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통신업에 진출해 비금융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신규 사업자가 통신 3사가 꽉 잡고 있는 과점 체제를 깨기 쉽지 않을뿐더러 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앞으로 3년 안에 기지국 장비 6000대를 구축한 뒤 28GHz 대역 주파수를 잡을 수 있는 단말기를 확보하면 전국 기반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기지국 설치에만 최소 18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초기 투자 비용만 조(兆) 단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제4이동통신사는 엄청난 자본력으로 끝까지 밀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신한금융투자가 금융 주관 및 자문하는 정도에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스테이지엑스의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다.
신한금융은 이미 KT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2022년 KT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4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신한은행은 KT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빅데이터, 로봇 등 영역에서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통신 연계 금융서비스는 KT와의 제휴를 중심으로 모두 이뤄지고 있고 이같은 기조는 큰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스테이지엑스의 자금 조달이 시장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2분기 내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서비스 구축을 시작해 2025년 상반기 전국망 통신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 계획 등에 대해선 “향후 설명회를 열고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