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HF·주금공)가 올해 주택연금 보증 공급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25조원으로 잡았다. 주택연금에 매달 2조원 이상의 가입이 몰릴 것으로 본 것이다.
이를 두고 주금공이 올해 집값 하락을 점친 것이라는 의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통상 집값 하락이 점쳐질 때는 주택연금을 통해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가입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19일 국회로부터 입수한 주금공의 2024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주택연금 보증 공급 목표는 25조4904억원이다. 이는 주택연금을 가장 많이 공급했던 2022년의 실적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목표치다. 큰 폭으로 상승했던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2022년에는 주택연금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며 주금공의 주택연금 보증 공급 실적이 24조96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택연금 보증 공급실적은 21조7349억원으로 추산된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고령층이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안정적인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주금공이 올해 주택연금 보증 공급 목표치를 높인 것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연금 가입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집값 상승의 신호가 있을 때는 주택연금 가입 수요가 줄어든다. 주택연금을 받는 것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될 때는 주택연금 가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에 집값이 높을수록 월 지급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연금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집값이 상승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1만172건, 1만805건이었던 반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22년 가입자 수는 1만4580건으로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된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1만488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금공이 주택연금 가입요건 완화의 효과가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점도 주택연금 보증 공급 목표치를 높인 이유로 보인다. 앞서 주금공은 지난해 10월부터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확대했다. 시세로 환산하면 17억원 주택을 가진 이들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주금공은 총대출 한도도 5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여 매달 연금 수령액을 확대했다. 가입 요건을 확대한 뒤 두 달만에 시가 12억원을 초과한 주택 보유자의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전체의 12.6%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다. 주금공은 지난해 말처럼 주택연금 가입 요건 완화 효과가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주택가격과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 월 지급금이 결정되는데 지난해에는 최대 가입자 수에도 다른 여건에 따라 주택연금 보증 공급 실적이 조금 떨어졌다”라며 “올해도 주택연금 가입자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보증 공급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