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문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온투협회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친구 중엔 금융권에서만 수십년 일하다 퇴직한 이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도 온투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더라고요. 한번은 제가 그 친구들에게 직접 스마트폰으로 온투업 서비스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한 적도 있습니다.”

홍재문(64·행시32) 온투협회장은 “아직 일반인에게 온투업 개념이 익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온투업을 어떻게 홍보하고 활성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옛 P2P)은 개인 및 법인 투자자와 돈을 빌리는 사람을 온라인에서 연계하는 금융업이다. 돈을 빌리고 싶어 하는 이가 온투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업체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업체는 플랫폼에서 모집한 투자자의 자금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플랫폼 업체와 투자자는 돈 빌린 사람이 내는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현재까지 온투업을 통한 누적 대출금액은 11조원으로 집계된다.

온투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11일 설립됐다. 핀테크업계 내에서는 유일한 법정협회며 온투업체 46곳이 협회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협회 설립 과정에 1년 6개월 가까운 시간이 투입되고 설립준비위원회에 금융 당국도 참여하는 등 협회는 출범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임채율 전 국장이 초대 협회장 자리에 앉으면서 금융권 내 온투업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생겼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협회는 업계에 실망을 안겨줬다. 회원사의 목소리를 모아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지도, 온투업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협회와 회원사 간 소통도 부족했다. 이 사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맞물려 온투업계의 주요 사업인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대거 연체가 발생하는 등 위기가 닥쳤다.

‘업권 전체가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던 지난 1월 1일, 홍 협회장은 2대 협회장 직을 맡았다. 새로운 협회장 등판에 업계는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있다. 홍 협회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들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친 베테랑 금융 인사다. 관직에서 내려온 이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은행연합회 전무를 맡았다. 금융 당국과 협회의 생리를 모두 파악한 신임 구원투수가 얼마나 수완을 발휘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홍 협회장 역시 그가 짊어진 짐이 얼마나 막중한지 인지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첫 달 동안 하루 자는 시간이 4시간으로 줄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업황이 어두운데 나만 홀로 웃을 수 없다”며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취임 후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깨어 있는 시간이면 온투업이 당면한 문제들이 머릿속에 맴돈다”며 “이것들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다 한 달이 훌쩍 흘렀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온투협회 사무실에서 홍 협회장을 만났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구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중앙기록관리기관 제공

―취임 후 1개월이 지났다. 임기 첫 1개월 동안 중점을 둔 업무가 있다면.

“업계 전반이 힘든 상황이다. 새 협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지난 1개월간 금융기관의 투자 참여 등 업계 활성화 과제와 관련해 당국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1월 4일과 24일엔 금융위 주관의 온투업 간담회에도 참여했다. 두 차례 간담회에서 회원사들과 함께 금융위에 ‘금융기관이 온투업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의견을 강력히 전달했다. 금융위는 지난 1월 24일, 금융기관 투자 허용을 올해 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언급한 것처럼 지난 1월, 온투업계 숙원이던 금융기관 투자 허용을 끌어냈다. 금융기관 투자는 온투업의 자금 공급 규모를 키우고 업계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꾸준히 요구되던 안건이다. 여러 해 논의가 지지부진했는데 마침 취임 후 성과가 생겼다.

“이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다. 내가 업계에 왔다고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협회장 자리에 앉자마자 금융 당국 재촉에 나섰다. 1월 한 달에만 다섯 차례 당국을 방문해 ‘실효성 있는 답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후문을 들으니 당국 내에서 ‘협회장이 하도 자주 찾아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더라. 나는 당국에 속도를 높여달라 주문했고 당국도 협조를 해줘 큰 과제 하나가 해결됐다.”

―오랜 기간 금융 당국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업계와 당국 간 소통이 원활해지리란 기대가 있다.

“온투업계에서 2대 협회장 후보를 찾을 때 당국과 소통 능력을 중시했다고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후보로 추천되지 않았나 싶다. 그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은행연합회에서 일했다. 당시에도 금융위 관련 업무는 주도적으로 맡았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의 거의 모든 조직과 얽혀서 업무를 본다. 금융위 경력은 물론 은행연합회 대관 업무 경험을 밑거름 삼아 온투협회에서도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자 한다.”

―온투업은 2014년 태동해 2021년에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최근 4년 새 대출 잔액이 30%가량 감소하고 일부 업체들이 신규 대출 모집을 중단하는 등 업황이 어둡다. 온투업계 발전을 위해 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 있다면.

“중점 과제는 두말할 것 없이 규제 환경 개선이다. 우선은 금융기관 투자가 조속히 이뤄지게 노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에서 허용하지만 하위 법령에서 제한하는 규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온투업법 개정까지 필요한 규제 개선 사항도 지속해서 발굴할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온투업법 개정이라면.

“온투업법은 상당히 촘촘한 규제로 이뤄져 있다. 이 법 제정 당시 금융권에서 펀드 사고 등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던 시기였다. 법조문을 쭉 읽어보니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눈에 보이더라. 예를 들어 온투업법 35조는 금융기관 투자를 대출로 규정한다. 투자와 대출은 엄연히 다르다. 대출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와 비교해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 온투업 투자가 대출이 아니라 투자로 규정돼야 금융기관의 자금 투입 문턱이 낮아진다. 지금은 이처럼 법조문 중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지점을 찾아 정리하는 중이다. 정리가 끝나면 국회를 찾아 법 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온투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 연체율 개선 등 업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사는 산업이다. 업계의 신뢰 구축을 위해 협회도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잔액 대비 연체 채권의 비율이다. 연체율 상승에는 이 계산식의 분모인 대출잔액 감소가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는 연체 채권 규모가 줄었는데도 전체 대출 잔액이 더 빨리 줄어 장부상 연체율이 증가했다.

지금 온투업계가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자금의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다. 자금 공급 특히 연계투자 관련해 제대로 영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기관 연계투자가 시작돼 대출잔액이 증가하면 연체율도 안정화될 것이다. 물론 대출잔액을 늘린다고 해서 아무 차주(돈 빌리는 사람)에게나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다. 대출 기준은 그대로 두되 자금 공급 방면을 늘려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협회와 회원사 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업계 내에서 있었다.

“취임 당시 신년 인사말에도 언급했듯이 앞으로 협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회원사 대표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대표들과 함께 고민해 업계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당국에 건의하도록 노력하겠다. 임원사가 아닌 회원사와도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을 골고루 듣도록 하겠다.”

―임기 내 목표가 있다면.

“우선 지난 1월 24일에 금융위가 발표한 온투업 연계투자상품 예약거래 허용, 금융기관 투자 허용, 개인 투자자 투자 한도 확대 등 여러 정책이 일정에 맞게 추진되도록 협회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자율 규제 기능도 강화할 것이다. 최근 금융 당국의 금융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주시하는 부분에 대해선 자율규제 기능을 가진 협회가 나서 회원사에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도록 노력하겠다.”

☞홍재문 온투협회장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재정경재부 금융허브기획과장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장 ▲대통령실 비상경제상황실 행정관 ▲OECD 대표부 공사참사관 ▲한국자금중개 전무 ▲은행연합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