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 콘퍼런스 중 열린 VIP 교류 행사 모습. /KBW 소셜미디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업체는 물론 신생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국내 시장에 깃발을 꽂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록체인업계에선 한국 시장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요충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파이어블록스는 올해 3월, 첫 국내 공개 오프라인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행사는 파이어블록스의 사업 모델 및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다. 파이어블록스는 가상자산 전송·결제·수탁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BNY멜론 은행과 오세아니아권 ANZ 은행 등이 파이어블록스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파이어블록스 관계자는 “올해 한국의 주요 금융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상자산거래소와 협력으로 가상자산 전송을 간소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의 게임 특화 블록체인 개발사인 오아시스는 올해 1분기를 한국 시장 집중공략 기간으로 설정했다. 오아시스는 회사의 사업이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에 대한 관심이 큰 한국 시장 특성이 게임 특화 블록체인 개발 사업의 자양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도미닉 장 오아시스 한국사업 총괄은 “한국은 대형 게임사의 인기 지식재산권(IP)과 수준 높은 게임업계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며 “오아시스 관점에서 한국은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할 곳”이라고 평가했다. 장 총괄은 “현재 한국 기업과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오아시스의 블록체인 게임을 국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해외 블록체인 기업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한국이 블록체인 친화적인 산업·소비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포진해 있다. 또한 게임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달해 블록체인 산업과 시너지를 낼 잠재력이 풍부하다.

주요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 타임라인. /타이거리서치 제공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양한 글로벌 블록체인 업체들의 한국 시장 선점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과 이미 협업 중인 블록체인 업체는 사업 다변화를 예고했으며, 해외에서 갓 사업을 시작한 신생 업체들은 한국에 이름을 알릴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전 세계 시총 규모 9위 코인 발행사 아발란체는 지난해 SK플래닛과 업무협약을 맺고 최근 가상자산 지갑을 선보이는 등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 사업의 보폭을 늘릴 방침이다. 저스틴 김 아발란체 한국지사 대표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 금융사·게임사 공략은 물론 한국만의 문화 콘텐츠인 K팝 분야의 사업 확장도 계획 중이다”고 전했다.

캐나다 기반의 블록체인 개발사 베라체인은 올해 블록체인 메인넷 출시를 앞둔 스타트업이다. 이곳은 올해 안에 한국에서 해커톤(프로그램 개발 행사) 등 오프라인 행사를 열 계획을 수립 중이다. 베라체인 관계자는 “한국의 개발자들이 베라체인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시장 맞춤형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동안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타이거리서치의 윤승식 연구원은 “주요 블록체인 기업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표가 있다”며 “업계는 한국을 빠른 시장 확장이 가능한 중요한 거점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다만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점은 국내 시장 진입 문턱을 높이는 요소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 관련 국내 규제 환경도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국내 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한 산업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