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KB·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의 주가가 최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사상 최고가를 향하고 있다. 은행주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들어 고공행진 중이다. 은행주의 상승세는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086790) 주가는 전날 5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의 이전 최고가는 2018년 1월 22일 기록한 5만6000원이었다. 하나금융 주가는 지난 5일 장 중 5만71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연중 최저점인 8월 12일 3만7200원과 비교하면 약 5개월 만에 51%가 올랐다.

KB금융(105560)도 지난 2일 장중 6만65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KB금융의 최고가는 2018년 1월에 달성한 6만9200원이다. KB금융은 전날 6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고가를 경신한 후 조정이 있었지만 8일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면 2.16% 올랐다.

우리금융지주(316140)도 지난 1일 장중 1만449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 6일 장 중 1만50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8일에는 1만4610원으로 장을 마쳤다. 우리금융의 사상 최고가는 2022년 4월 29일 1만6350원이다.

신한지주(055550) 주가 역시 지난 2일 장중 4만54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보였다. 신한금융의 주가는 지난해 7월 3만2400원까지 떨어졌었다. 다만 8일 종가는 4만4150원으로 최고가(6만4784원)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은행주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회복,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라는 호재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정부의 사회 공헌 압박과 규제 강화 기조로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올해 은행주 반등 이유 중 하나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꼽힌다. 올해 은행권에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부실 사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주택시장 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악재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총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 매입)은 전년 대비 5.3%포인트 상승한 32.7%를 기록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 목표인 3000억원을 포함하면 주주 환원율은 37%로 오른다.

지난해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전년 대비 2%포인트 오른 35% 수준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환원율은 각각 36%, 33.7%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4859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우리금융은 연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잔여 지분 935만7960주(1.24%)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KB증권이 지난해 초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28%에 불과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높은 이익과 수익성 유지에도 각종 규제와 낮은 배당 성향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며 “올해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자본효율성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투영되기 시작해 당분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