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전축(電蓄) 봤죠? 발명가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예요. 직원들이 120년 전 발명품을 보면서 톡톡 튀는 영감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4년 전쯤 강릉 에디슨박물관에 있던 걸 들여왔어요. 에디슨 정신처럼 ‘최초로 시장에 뛰어들고 최고 품질을 유지한다’는 경영 신조가 지금의 GME를 만들었죠.”
성종화(67)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GME) 대표이사는 소액해외송금업계에서 선두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GME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전자지갑을 제작하고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는 등 끊임없이 업계 최초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 내내 ‘최초’를 강조했던 그의 경영 자세는 GME 업력에 고스란히 인장으로 남았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은 2017년 기획재정부로부터 소액해외송금업 인가를 받으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소액해외송금 시장에 뛰어든 곳 중 하나다. GME는 은행 방문 없이 앱 내에서 세계 200여개국에 365일 24시간 비대면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국 은행과의 직접 연결 방식을 통해 즉시 송금 또는 1영업일 내 빠른 송금이 가능하고, 평균 송금 수수료는 건당 5000원에 불과하다. 국내 핀테크업계에서는 유일하게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으며 오프라인 점포 영업도 7년째 이어가고 있다.
GME는 설립 이후 시장 선점 효과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임직원 20여명 규모였던 회사는 지난해 기준 220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초기 연간 송금액 100억원 실적을 자축했던 회사는 지난해 연간 송금액 2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오프라인 영업점도 12곳으로 늘어났다.
30~40대 창업가들이 주를 이룬 핀테크업계에서 성 대표는 경영인 중 최고령이다. 한번은 그가 핀테크산업협회에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핀테크 회사 대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명도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곧 일흔을 앞둔 그는 늘 꼿꼿하게 허리를 편 자세로 일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젊은 직원들이 내놓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고민에 매달리고 있었다.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GME 사무실에서 성 대표와 만났다.
―동종업계의 30~40대 청년 창업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연륜이 있다. 역동적인 업계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신체적인 나이보다 젊게 생각하고, 젊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회사 경영 방침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제안을 독려하고 아이디어가 실패로 돌아가도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를 만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장점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GME는 국적, 학력, 성별, 나이로 인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 지난해부터는 회사 내에서 임원을 공모로 뽑고 있다. GME 직원이라면 연차와 나이에 상관없이 우수한 능력과 탁월한 아이디어만을 가진 이에게 경영 참여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좋은 답을 찾으려 직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일한다.”
―GME는 국내 해외소액송금업 1세대 기업이다. 기존에 참고했던 해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GME 창업 전 1998년부터 20년 가까이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전화 사업을 했다. 당시 주요 국제전화카드 거래처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해외송금기업인 IME SDN BHD였다. 자연스럽게 이 회사의 창업가와 연이 닿았는데 마침 이 창업가가 일본의 해외송금업체인 쿄다이에도 투자를 하고 있더라. 두 회사의 사업 모델을 참고하며 국내 소액해외송금 시장의 첫 삽을 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사업인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기재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창업 초기, 시중은행들이 번번이 협업을 거부했다. 우리의 사업 모델은 프리펀딩(Pre-Funding)이다. 중개은행에 미리 목돈을 맡기고 고객의 송금 요청이 있을 때마다 그만큼의 액수를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중개은행을 구하지 못하니 영업을 시작해도 해외에 돈을 보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오프라인 지점을 열고도 두 달간 제대로 된 송금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했다. 고민하다가 ‘당분간 국내 은행과 사업은 어렵겠다’고 판단해 외국계 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한국에 지점을 차린 63개 외국계 은행에 전부 편지와 팩스를 보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외국계 은행 1곳과 협업이 성사돼 지금도 해당 은행을 통해 송금업을 유지하는 중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라는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삼은 점이 독특하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으면 마케팅 과정에서 목표시장의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한 경기 안산시에 오프라인 영업점을 세우고 이곳을 중심으로 영업을 벌이면서 온라인 마케팅도 병행하면 쉽게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우리 서비스를 알릴 수 있다. 반면 내국인 5000만명은 전국에 흩어져 있으며 개중 해외에 돈을 보내려는 잠재 고객을 찾아내기엔 비용과 수고가 많이 든다. 우선은 외국인 위주로 사업을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내국인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도 점차 늘리고 있다.”
―GME는 핀테크업계에서 시도하지 않는 오프라인 점포 운영도 7년째 이어오고 있다. 유지관리 비용이 상당히 투입될 것 같은데 오프라인 점포를 운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도에서 12개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 특성상 모바일 앱 이용을 완벽하게 숙달한 이들이 많지 않다. 우리는 은행처럼 지점에서 고객의 돈을 받고 해외로 송금하는 업무를 직원들이 담당하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이 지점을 찾는 이들의 앱 사용을 돕고 있다. 일종의 고객 서비스다. 영업비용 지출을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지하고 있다.”
―기업해외송금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기업송금은 개인송금 시장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크다. 한국의 개인송금 시장이 연 40조원 수준이면 기업송금은 400조원에 육박한다. 시장은 크지만 여전히 개인 사업자 및 중소기업이 해외송금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은 크다. 은행 대비 저렴한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중소기업이 겪는 불편함을 줄이고자 했다. 웹이나 앱에서 24시간 기업송금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송금 이후 돈이 수취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서비스를 구축했다.”
―GME의 올해 사업 목표와 장기적인 사업 목표는.
“올해 목표는 우선 개인 송금액을 30%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BC카드와 합작해 선보인 GME 카드의 시장 보급률을 늘리고 신사업 중 하나인 기업송금 사업이 연착륙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전 핀테크 업체를 통틀어 10위권 규모로 회사의 몸집을 키우고자 한다.”
☞성종화 GME 대표는
▲성균관대 무역학 ▲LG전자 해외영업(호주지사) ▲LG전자 말레이시아 지사장 ▲Next Telecommunication 대표 ▲New Wave Communications 대표 ▲말레이시아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