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20%대에 머물렀던 주주 환원율은 3년 만에 30%대로 대폭 상승했다. 연간 순이익의 30%가량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이다. KB금융지주는 주주 환원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평균 주주 환원율이 90%를 웃도는 미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금융지주들은 중장기적으로 주주 환원율을 5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픽=정서희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해 주주 환원율은 37.5%로 전년 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20%였던 주주 환원율이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대거 소각한 데 따른 결과다. KB금융은 주당 배당금을 3060원으로 전년 대비 110원 높였다. 또 지난해에만 57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이 중 272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KB금융은 전날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는데, 이를 포함하면 주주 환원율은 38.6%로 오른다.

주주 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연간 벌어들인 돈의 얼만큼을 주주 이익으로 나누는지를 보는 지표로, 주주 환원율이 높을수록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란 뜻이다. 2021년을 전후로 국내 금융지주들은 분기 배당을 도입하고,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리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식 가치가 오른다. 주주 입장에선 배당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주주 환원율은 33.7%로 이는 전년 대비 7.5%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2020년(19.9%)과 비교하면 주주 환원율이 13.8%포인트 상승했다. 연간 주당 배당금은 1000원으로 전년 대비 130원 줄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은 올해에도 138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소각하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1.2%(935만7960주)를 매입해 연내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주주 환원율은 전년 대비 5.3%포인트 상승한 32.7%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하기로 했는데, 이를 포함하면 주주 환원율은 37%로 오른다. 이날 실적 발표를 하는 신한금융도 주주 환원율이 상향됐을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했다.

금융지주들은 주주 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 자산 운용(이하 얼라인)이 제시한 목표치기도 하다. 얼라인은 지난해 1월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등 국내 7대 금융지주사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 환원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올해 1월에도 서한을 통해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라”고 했다.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확대 행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금융업종을 꼽으며 주가 제고를 위해 주주 환원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PBR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장부상 가치만큼도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금융업종 1위인 KB금융의 PBR은 0.44배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 환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 환원율 50% 달성이 2~3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지 않은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5월 KB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균 주주 환원율은 미국이 92%로 가장 높았으며,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68%), 신흥국(37%), 중국(32%) 순이었다. 한국은 평균 주주 환원율이 29%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