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최근 몇 년간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보험사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유를 분석해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으로 꼽혔던 보험주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한화생명은 369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19일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강세를 보이며, 보름간 약 50% 급등했다.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보험사는 한화생명뿐이 아니다.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도 지난달 19일부터 2일까지 하루를 빼고 계속 상승 마감하면 최근 보름 동안 25%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한화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등도 지난달 19일부터 2일까지 30% 이상 올랐다. 중소형 손해보험사인 흥국화재의 경우 최근 9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최근 보름간 50% 넘게 급등했다. 흥국화재는 지난 1일에는 가격 제한 폭까지 주가가 뛰기도 했다.

보험사는 최근 몇 년간 증시에서 외면을 받았다. 내수 업종에 속한 데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신규 가입자 감소와 정부의 상생 금융 압박 등으로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 주가가 갑작스럽게 급등하고 있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으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주식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실적과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을 추려 스스로 저평가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앞서 저평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개선을 유도한 일본의 사례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 기업을 상대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 등을 담은 증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PBR은 보유한 순자산에 대한 주가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30년’을 거치며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던 일본의 은행, 보험사 주가는 이 대책이 나온 이후 1년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험사 중 한 곳인 다이이치생명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지금껏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정부 주도의 주식 활성화 대책에 따라 PBR이 낮은 기업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대표적인 ‘저(低)PBR업종’에 속하는 보험사로 투자가 몰린 것이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PBR이 1배를 밑도는 곳이 많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의 PBR이 0.64배, 한화생명은 0.4배에 불과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PBR도 각각 0.7배, 0.43배 수준이다.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보다 성장성이 앞섰다는 평가를 받지만, 삼성화재가 1.21배, DB손해보험이 1.27배에 그치는 등 다른 업종에 비하면 PBR이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이달에 금융위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세부적인 시행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저PBR업종인 보험사의 주가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다만,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실적에 여러 변수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최근의 주가 상승 흐름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러 보험사의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이는 새로운 회계 제도인 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 효과’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보험사들이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금융 당국이 제재에 나선 데다, 손해보험사들이 의존하는 자동차 보험 역시 당국의 압박으로 보험료 인상이 어려워져 올해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름간 보험사 주가가 20~30% 넘게 급등했는데, 이는 일본 보험사 주가의 1년 상승 폭에 해당된다”면서 “단기간에 크게 오른 만큼,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 경우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