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최근 시중은행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중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주담대 금리가 높았으나 올해 들어 금리가 더 낮아지더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3.22~5.33%로 집계됐다. 같은 날 기준 주담대를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 2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74~5.55%다. 5대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금리 하단이 0.52%포인트, 상단이 0.22%포인트 낮았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시중은행이 더 낮았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0~6.08%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2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04~6.48%이다. 5대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금리 하단이 0.04%포인트, 상단이 0.40%포인트 낮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보통 대출금리가 낮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인건비와 점포 임차료 등 운영비를 낮출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2월 주담대를 처음 출시한 이후 지난달까지 줄곧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휴대전화 뱅킹앱과 서울 시내 거리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달 9일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주담대 이용 고객 상당수를 인터넷전문은행에 뺏겼다. 카카오뱅크 경우 지난 3분기 전체 주담대 중 대환대출 비중이 51%에 달했으며, 케이뱅크 역시 같은 기간 취급한 주담대 절반가량이 대환대출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처음 주택을 구매할 때 보통 시중은행을 통해 주담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대출받은 이후에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중요한 만큼 금리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은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실제 5대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한 달 새 금리 하단이 0.45%포인트, 금리 상단이 0.15%포인트 떨어졌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한 달 새 금리 하단이 0.16%포인트, 금리 상단이 0.02%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혼합형 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금리는 3.879%로 집계됐는데 이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보다 0.6%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시중은행이 마이너스 가산금리까지 적용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전날부터 전세대출 갈아타기가 시행되면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도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전날 전세대출 금리를 0.21%포인트 내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 갈아타기가 시행되면 차주(돈 빌리는 사람)는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금리가 싼 은행으로 대환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은행은 가산금리를 인하하거나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