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한 후 비트코인보다 큰 폭으로 올랐지만, 최근 며칠간 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수준으로 가격이 되돌아갔다.

이더리움이 잠시 상승세를 보였던 것은 올해 초 ‘덴쿤 업그레이드’로 기능과 확장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도 현물 ETF의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매수세가 몰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업그레이드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된 것으로 보인다.

◇ 반짝 급등 후 10일간 20% 하락

25일 오전 10시 45분 기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0.45% 하락한 306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전날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 올해 들어 가격이 370만원을 넘어섰던 지난 11일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며칠간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미 호재가 실현된 비트코인에 비해 이더리움은 덴쿤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음 현물 ETF의 기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비트코인은 전날에 비해 고작 1% 상승한 반면, 이더리움은 1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선보인 자산운용사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의 상장도 신청해 둔 상태다. 그레이스케일과 아크·21셰어즈, 블랙록, 피델리티를 포함해 반에크와 해시덱스, 인베스코까지 7곳의 운용사가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SEC는 오는 5월 23일 반에크가 제출한 이더리움 현물 ETF의 신청서부터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과 거래를 공식 승인한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직후 1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뉴스1

◇ 업그레이드 지연, 이더리움 현물 ETF 기대 줄어

최근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기존 비트코인 신탁에서 현물 ETF로 전환된 그레이스케일의 상품 계좌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의 하락 폭이 특히 컸던 이유는 호재로 여겨졌던 덴쿤 업그레이드와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7일 테스트넷에서 진행된 이더리움의 덴쿤 업그레이드는 예정보다 4시간 늦게 완료됐다.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버그가 발생하면서 작업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더리움은 덴쿤 업그레이드의 완료가 지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약세로 돌아섰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JP모건의 니콜라스 파니기르초글루 애널리스트는 지난 18일 “SEC는 이더리움 등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에 대해 스테이킹 서비스(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것)를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결정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5월까지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 확률은 50% 이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