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정책상품인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이율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청년도약계좌의 만기를 채우지 못한 청년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중도해지 금리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금융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청년도약계좌의 최고금리는 6%에 달하지만, 중도해지 금리는 0~2%대에 불과하다. 5년이라는 긴 만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청년층이 중도에 청년도약계좌를 해지할 경우 자산 형성이라는 정책 취지도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은행권은 청년도약계좌를 중도 해지할 경우 적용되는 금리를 2~3%대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중은행에 비해 중도해지이율이 낮은 지방은행이 중도해지 금리를 크게 올릴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이율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 차원에서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이율 개선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개별 은행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청년의 자산 형성이라는 정책적 취지에 맞춰서 중도해지이율도 올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상품이다. 이 상품은 청년이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적금을 내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지원한다. 만기 5년을 채운 청년은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아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가입대상은 만 19~34세 청년 중 총급여 75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충족하는 경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청년도약계좌 현장 의견수렴 및 운영 점검 회의에서 “청년층이 금융산업의 핵심임을 고려해 상당 기간 계좌를 유지한 청년이 어쩔 수 없이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부분적인 자산형성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이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를 중도해지한 청년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누적 2만3000명이다.
현재 은행권은 가입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기본금리의 약 25~60% 수준의 중도해지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은행권의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가 3.8~4.5%인 만큼 0.8~2.7% 수준에서 중도해지이율이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도약계좌를 중간에 해지하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돼 사실상 높은 이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들은 중도해지이율을 2~3%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도해지이율은 동일한 수준이고, NH농협은행은 타행 대비 중도해지 시 금리가 낮아 은행별 중도해지이율의 편차가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중도해지이율이 크게 낮아 당국의 지적을 받은 만큼 지방은행의 중도해지이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권은 가입 기간이 1년만 넘어도 중도해지이율을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3년 이상 청년도약계좌를 유지할 때 비과세를 적용하기로 한 만큼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에 중도해지이율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권은 이보다 더 강화된 지원을 하려는 것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청년층을 지원하는 상품이므로 은행이 이익을 내지 않고 중도해지이율을 조달금리 선으로 맞추는 방안까지 보고 있다”라면서 “청년도약계좌를 3년 이상 유지하고 중도해지할 때 비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청년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유지 기간이 3년이 되지 않아도 중도해지이율을 조정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비과세 대상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이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중도해지이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도약계좌를 중도 해지하더라도 일정 부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청년도약계좌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청년들은 5년이라는 만기를 채우기 어려워 아예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51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