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최근 핀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알뜰폰(MVN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과 모바일 통신 사업을 양손에 무기로 쥐고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핀테크 업체들의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자체 알뜰폰 브랜드를 구축하기보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송금기업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GME)는 오는 3월 4일 ‘지엠이모바일’이라는 이름의 알뜰폰 브랜드를 출시한다. GME 서비스 이용자는 GME 애플리케이션(앱)과 전국 12개 GME 오프라인 지점에서 알뜰폰을 개통할 수 있다. 회사는 우선 LG유플러스 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며 SK텔레콤과 KT 망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GME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지엠이모바일 역시 외국인 전용 알뜰폰으로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이쿠카도 지난달 21일 알뜰폰 요금제 5종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본래 미성년자 용돈지급용 선불카드 등을 발급하는 핀테크 업체다. 업체 특성에 맞게 선보인 요금제들도 어린이 고객용 저가 요금제들이다. 아이쿠카는 지난해 9월쯤부터 알뜰폰 요금제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브랜드 모나와 제휴를 맺고 상품을 출시했다.

핀테크 업체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사업 외연을 확장해 신규 이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아이쿠카에 따르면 아이쿠카 앱 하루 이용자 수는 알뜰폰 출시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약 20%가량 증가했다. 아이쿠카 관계자는 “꼭 알뜰폰 출시만으로 앱 이용자 수가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요금제를 공개하고 아이쿠카 전반적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다음으론 주력 사업인 금융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 이용자가 앱을 통해 자사의 통신 요금 상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거나 반대로 알뜰폰 가입 고객을 상대로 금융 서비스 마케팅을 벌이는 식이다. GME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으로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게 맞다”며 “알뜰폰 가입자를 모집할 때 GME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결합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점을 노리고 빅테크인 토스는 일찌감치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토스는 지난 2022년 10월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핀테크사 중 처음으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듬해 2월부터 토스모바일 요금제가 출시됐으며 최근까지 여러 이벤트와 다양한 요금제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중이다.

핀테크업계에선 토스모바일과 지엠이모바일처럼 브랜드를 따로 만들기보다 아이쿠카 모델처럼 기존의 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식이 선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핀테크사들이 주력 분야가 아닌 곳에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선에서 신사업에 접근할 것이란 시각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핀테크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제휴는 계속 이어지리라 보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 브랜드를 설립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