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오는 19일 출시 예정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소비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겠다는 플랫폼 업체와 이 수수료를 부담할 수 없다는 대형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다. 결국 수수료는 고객이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저렴한 보험 상품을 알려준다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장 저렴한 상품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조원에 달하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는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에 ‘제4요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면·전화(TM)·온라인(CM) 등 3개 요율 체계에서 플랫폼(PM) 요율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요율은 3% 수준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요율이 적용되면 고객은 비교·추천 서비스가 아닌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보험사 홈페이지에선 100만원짜리 상품인데,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플랫폼에서는 103만원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 일일이 접속해 보험료를 산출하고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를 플랫폼이 대신해주는 명목으로 고객이 3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그동안 플랫폼 업체들은 보험사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만큼 상품 원가가 높아진 셈이어서 가격 인상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상품에 가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기 싫어 더 큰 비용이 들더라도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험 가입 방식은 고객 선택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상생금융 압박으로 자동차보험료를 3년 연속 인하한 점, 언제라도 손해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대형사들이 새로운 요율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보험료를 인하한 데다 플랫폼 수수료까지 부담하게 되면 손해율이 조금만 올라도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2010년 이후 자동차보험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과 2021년, 2022년 3번뿐이다. 이미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한 대형사 입장에선 가격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더 늘리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심해지면 일정 기간 고객을 받지 않기 위해 ‘디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대형사들은 자동차보험이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고객의 선택을 받는 상품이 아닌 만큼, 플랫폼 판매 가격을 다소 비싸게 책정해도 점유율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CM 요율을 그대로 적용, 가격 경쟁력을 통해 점유율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수료만큼의 할인 쿠폰이나 포인트를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3만원 더 비싸지만, 3만원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과 대형 보험사, 중·소형 보험사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보험료에는 플랫폼 수수료가 포함된 가격이라 가장 저렴한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상품을 찾기 위해선 각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직접 확인하거나 플랫폼 등이 제공하는 혜택까지 계산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가격 선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새로운 요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보험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비교·추천 서비스를 한다고 해 놓고 정작 홈페이지에선 더 저렴하게 팔면 소비자 혼동이 가장 많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보험업계 관계자는 “CM 요율에 플랫폼 수수료가 추가된 것이 원가이다 보니 보험 원리상 새로운 요율을 가져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