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와 협업, 오픈소스 등 세 가지를 핵심으로 살펴보면 더 좋은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가상자산,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2018년 11월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뒤 현재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교수는 미래 사회에는 화폐로서의 블록체인보다 데이터 독점을 막고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블록체인이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챗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방대한 학습데이터에 대한 독점을 방지하는 게 중요한데, 이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블록체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 웹3도 거버넌스가 선행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했다. 단순히 유튜브 등 플랫폼이 콘텐츠 제공자인 유튜버에게 이익을 일부 나눠주기보다 유튜버와 시청자 등 이용자가 함께 유튜브 이용 규칙을 만드는 게 웹3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AI가 이용하는 데이터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톰 미첼 카네기멜론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이제는 특정 회사가 아닌 블록체인이라는 공동 거버넌스 체계에서 데이터베이스(DB)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투자를 고민할 때도 ESG에서 지배구조를 뜻하는 거버넌스를 핵심으로 살펴보라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충분히 반영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오픈소스와 협업도 투자 결정 시 고려대상으로 꼽았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소스코드를 무료로 공개하면, 제3자가 해당 소프트웨어를 한 단계 발전시켜 다시 무료로 재배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의사소통과 토론이 잘 이뤄지는 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집단지성을 이용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다”며 “어떤 사업이든 커뮤니티가 같이 규칙을 만들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오픈소스를 더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토론이 빠져있다”며 “테라·루나도 토론이 개발사 위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블록체인에 내장된 투표 기능 때문에 블록체인을 두고 ‘트러스트 머신’이라고 부른다”며 “웹3와 생성형 AI, 스마트 모빌리티 등은 개인을 중요시하는 개념이라 블록체인과 기본 철학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