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경기도에 사는 A씨는 2022년 아파트를 사며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20년 만기, 연 5.10%로 3억5000만원을 빌렸다. A씨가 한 달에 내는 원리금(원금+이자)은 약 233만원. 매달 나가는 돈이 부담이 된 A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인터넷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환대출 조건을 조회했다. A씨는 동일한 한도 내에서 금리를 연 3.65%로 낮출 수 있다는 추천을 받았다. 금리를 1.45%포인트 낮출 경우 A씨는 매달 28만원, 연평균 336만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A씨는 추가 서류 제출을 마치고 대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1000조원 규모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 쟁탈전에 나선 은행들이 조건 없이 연 3%대 금리로 대출 환승이 가능하게 하자, 원리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주(돈 빌린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하루 접수량이 초과돼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는 아파트담보대출만 대환이 가능한데, 오는 31일 전세대출로 확대될 경우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오전 주담대 대환대출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앱에 “오늘 서류 검토 요청 건 접수가 마감됐다. 내일 다시 진행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별로 월간 한도를 설정했는데, 은행들은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하루 접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 역시 주담대 대환대출 출시 하루 만인 지난 9일 접수량 초과로 신청을 중단한 뒤 다음 날 서비스를 재개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 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취급하는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의 혼합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456~3.785%로, 금리 하단이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금리(연 3.65~5.28%)도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대환 평균 금리는 연 3.69~4.53%다.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 금리는 지난 9일 3.84~4.30%였으나, 전날 3.69~4.15%로 상·하단을 0.15%포인트씩 낮췄다. 하나은행 역시 금리 하단을 3.71%에서 3.693%로 내렸다. 경쟁력 있는 혜택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사 앱에서 주담대 갈아타기를 완료한 고객 전원에게 최대 50만원의 첫 달 대출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를 갈아탄 고객 중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최대 20만원의 첫 달 이자 최대 20만원을 ‘마이신한포인트’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케이뱅크,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일시 중단./케이뱅크 앱 화면 캡처

주담대에 앞서 출시된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한 이후 7개월 만에 10만여명의 대출자가 2조3000억원 규모로 신용대출을 갈아탔다. 대출자들은 금리를 평균 1.6%포인트 낮췄고, 약 490억원의 이자를 절감했다. 1인당 평균 36만원꼴이다.

오는 31일 시행되는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문의하는 고객이 많은 상황이다”라며 “전세대출 시장 규모도 크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금리를 내놓기 위해 내부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담대 잔액은 839조원, 전세대출은 169조원으로 합산 규모는 1008조원에 달했다. 차주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주담대 1억4000만원, 전세대출 1억1000만원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출혈 경쟁으로 인한 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혼합형 대출금리 산정의 준거 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기준 3.845%로, 은행들이 내놓은 주담대 대환 금리보다 높다. 은행 관계자는 “초기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낮은 금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비대면 서비스라 비용을 일부 절감할 수 있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