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유암코 CR그룹장./유암코

“정부는 2016년부터 기존 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던 구조조정을 민간 주도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의 관심은 주로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김두일 유암코(연합자산관리) CR(기업 구조조정)그룹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의 전통 주력산업 지원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암코는 2009년 금융 위기에 부실채권(NPL)을 정리하기 위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NPL 전문 투자사로, 총자산이 4조원에 달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디젤 엔진 전문 생산기업 STX엔진과 중소형 조선사 케이조선(전 STX조선해양)은 각각 2018년, 2021년에 유암코에 인수된 기업들이다. 이중 유암코는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STX엔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STX엔진은 국산 엔진 개발 등과 관련해 정부 정책의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면서도 “STX엔진, 케이조선과 같은 전통 주류 기간산업은 인수 후 엑시트(exit)까지 많은 비용이 필요한 만큼 이를 지원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그룹장은 유암코 설립부터 현재까지 14여 년간 CR 업무를 맡아온 구조조정·회생기업 투자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암코가 2018년 STX엔진을 인수한 배경은.

“STX엔진은 당시 모기업인 쌍용그룹의 경영 위기로 부채가 있었다. 채권단 관리체제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 대안을 제안해 인수할 수 있었다. 대안으로 제시한 내용은 채권단 지분을 단순히 인수하지 않고, 영구 전환사채(CB)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영구 CB 발행으로 부채 비율이 개선되면 재무비용을 안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업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STX엔진의 주요 사업 분야는 민수 엔진, K9 자주포 등 방산과 해군함정 등 전자통신이었는데, 방산 분야가 안정적이었다. 2020년부터 선박연료의 황산화물을 낮추도록 규제하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가 발표됨에 따라 조선업계에서 엔진 배기가스와 관련한 기술이 중요해진 만큼, STX엔진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STX엔진의 실적은 이후 회복됐다. 조선업계 업황 회복, K방산 매출 증대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위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었나.

“기존에는 독일 전차엔진회사인 MTU에서 이전받아 활용했던 방산용 엔진 기술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엔진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10대 우수과제에 포함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STX엔진은 이후 민수 부문에서 차세대 엔진인 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Dual fuel) 엔진 개발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K방산 수출이 대부분 폴란드에 치중돼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STX엔진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아니다. 폴란드 수출은 주로 한화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의 방산 수출 규모는 2022~2023년 평균 약 150억달러(약 19조7325억원)을 기록했다. 중요한 건 폴란드를 제외한 인도, 이집트 등에서의 실적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 대상국은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2023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뿐 아니라,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유럽으로 확대됐다. 특히 2022년 전체 수출의 72%였던 대 폴란드 수출 비중은 2023년 32%로 줄어들었다.”


─방산이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STX엔진은 정부 정책의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국산 엔진 개발과 관련해서 그렇다. 정부는 수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새로운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국방 기술 역량 확보, 신기술 방산기업 육성 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도전적 연구개발(R&D)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방산 엔진 분야에서 친환경 개발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2016년부터 정부는 기존 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던 구조조정을 민간 주도로 이뤄지도록 정책을 바꿔왔다. STX엔진이나 케이조선 등 전통적인 주류 기간산업의 경우에는 민간기업이 인수하고 엑시트하기까지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IB는 주로 IT, 바이오 등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주력산업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유암코는 STX엔진을 인수하며 마산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2024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유암코는 2015년 기업 구조조정 기능이 추가된 이후, 매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관련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로 유암코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왔다. 케이조선의 경우 인수 당시 1000명의 종업원이 공공근로로 충원된 상황이었다. 유암코는 인수 후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외주 하청기업의 인력까지 포함해 약 4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앞으로도 구조조정 기업 투자 규모를 유지해 어려운 기업들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