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에 이르는 가상자산 KOK(콕) 토큰 사기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는 미디움이 신규 가상자산 판매를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움은 KOK 토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기존 사명으로 사업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탓에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가상자산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5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미디움 사내 간담회 녹취 파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미디움 대표 권모(50)씨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문모씨는 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미디움 직원의 소속 법인 변경과 새로운 가상자산 판매 계획을 언급했다.
경영진은 간담회에서 “직원들 모두 소속 변경이 이뤄질 것”이라며 “가장 많은 인원이 리고 한국재단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고는 싱가포르와 한국에 거점을 둔 블록체인 관련 업체다.
또한 경영진은 리고 재단에서 만든 가상자산 리고를 프라이빗 세일(비공개 판매) 방식으로 판매할 것이라 밝혔다. 미디움에서 리고 재단으로 인력 고용승계 후 발생하는 초기 비용 충당을 위해서다. 새로 만든 코인을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해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알음알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콕 토큰을 처음 판매할 때 초기 투자자(프론티어)를 유치해서 투자금을 모은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경영진은 “거래소 상장(ICO)이나 클라우드 세일(공개판매)이 아니라 유관기관이나 관계사 등을 통해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움은 지난해 초부터 리고 재단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미디움 사업개발 인력 상당수가 이미 리고 프로젝트에 투입 중이다. 아울러 리고 재단은 지난해 11월 3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코인 등록을 신청하기도 했다.
미디움이 조직을 바꿔 새로운 가상자산 판매에 돌입하는 것은 기존 미디움 이름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간담회에서 “미디움이라는 그릇 안에 담겨 있어 공격에 대응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긴다”며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 리고 프로젝트는 리고 한국재단에서 진행하는 걸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미디움은 KOK 토큰 사기 논란에 휩싸여 울산지검,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서울 강남경찰서 등의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 단체 주장에 따르면 기존 콕 토큰 발행사는 2019년부터 콕 토큰 사업 설명회를 열고 “콕 토큰을 지금 구매하면 가치가 뛸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예치해 투자하길 독려했다.
이후 미디움은 지난 2021년 콕 사업을 인수했고 투자자들이 예치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오입금 방식 등으로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투자금 원금 회수도 막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게 피해자 단체의 주장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상자산업계 안팎에선 국내외 피해자 90만명에 피해 금액만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디움은 사기 의혹과 수사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부산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던 사업이 무산되는 등 사업 집행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직원들이 리고의 비즈니스모델(BM)에 대해 묻기도 했지만 경영진은 리고의 BM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경영진은 “BM에 대한 질문은 다른 자리에서 하자”며 “오늘은 회사 현안 중 자금적인 부분에 대한 질의응답하는 걸로 시간을 갖겠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미디움이 법인을 완전히 청산하는 과정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움 소식에 정통한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미디움이 법인을 정리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 유지를 위해 인력을 다른 조직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